독일 자동차 업체 포르셰는 요즘 3D(입체) 프린터로 전기차 모터·감속기 보호용 외장 부품(하우징)을 제작하는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3D 프린터로 만들면 이음새를 완전히 없애 과거 쇳물 주조 방식보다 무게는 10%(약 10kg) 줄이면서 강도는 높일 수 있다. 포르셰가 직접 부품 제작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전기차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전기차 선택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완충 후 주행거리인데, 무게가 10% 줄면 주행 가능 거리도 10%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동차 살 빼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신공법을 적용해 새로운 차체를 만들고, 신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부품 만들고, 배터리를 차체로 활용하고… 포르셰가 3D 프린터로 만든 전기차 부품(위쪽 사진). 3D 프린터로 만들면 이음매·빈틈이 없어져 무게는 줄고 강성은 높아진다. 테슬라는 배터리(아래쪽 사진 벌집 형태 구조물)를 차체 일부로 활용, 차 무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르셰·테슬라

◇각양각색의 전기차 다이어트법

현대차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차체 제작 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일반 철보다는 가격이 비싸 생산비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무게를 줄이고자 이 같이 결정했다. 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하면서, 배터리를 차 하부에 개방형으로 탑재하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설계했다. 냉각 효율성을 높여 배터리 냉각용 부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감속기·인버터 등 동력계 부품도 일체화해 무게를 줄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경량화였다”며 “무게를 줄이는 기술은 핵심 경쟁력이며 철저한 보안 사항”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무게를 줄이려 신소재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신형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탄소섬유 소재를 섞어 차체 뼈대(섀시)를 만들었다. 재규어 측은 “무게는 기존 철강 차체보다 35㎏ 이상 줄고, 차체 강성은 30% 높아진다”고 밝혔다. 재규어는 이 기술을 적용한 신형 전기차를 내년 중 실험 주행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별 전기차 다이어트 경쟁, 차체 무게 중 경량화 소재 비율

전기차가 무게에 민감한 것은 배터리를 탑재한 탓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20% 정도 무겁기 때문이다. 일반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만 400~450㎏에 달한다.

테슬라와 CATL은 이 배터리를 차체 일부로 활용하는 ‘C2C’(셀투섀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배터리는 안전 차원에서 단단한 하우징 부품으로 포장하는데, 이를 차량 섀시 안에 넣어 철강을 덜 쓰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설계 중이다. 도요타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활용해 차 무게를 30% 줄인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는 배터리 용량을 30~50%가량 늘리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배터리 용량을 키워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부품 업계는 경량화 신소재 발굴에 매진

자동차 부품 업계는 전기차 부품 경량화를 겨냥한 신소재 활용과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S전선은 구리보다 40% 가벼운 알루미늄을 활용해 전선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 한 대에는 보통 구리 전선 25㎏이 들어가는데, 알루미늄으로 바꾸면 전선 무게가 15㎏으로 줄어든다. 코오롱 인더스트리는 올 3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특수 섬유 아라미드의 생산량을 25% 늘렸다. 아라미드를 전기차 타이어, 벨트·호스·브레이크 패드에 섞으면 내구성은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신소재들은 강판 등 전통적인 자동차 소재를 대체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자동차 경량화 소재의 사용 비율은 지난 2010년 29%에서 2030년 6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맥킨지는 일반 강판을 알루미늄·마그네슘 등 비철금속과 특수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하면 차 무게를 최대 4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필수 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전기차 무게가 줄어 주행 가능 거리가 늘면 충전 인프라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차 무게 감량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