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내년 10% 성장하고, 2023년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겁니다.”
장재훈(58) 현대차 사장이 지난 28일 신년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내년엔 전 세계 평균 성장률(7~8%)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며 판매량 400만대를 회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룹 전체로는 총 700만대를 회복한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지난 2014~2015년 800만대를 정점으로 하락하다 코로나가 터진 지난해 635만대로 떨어졌다. 올해 판매량은 약 650만대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정의선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말 CEO(최고경영자)로 발탁됐으며, 국내 언론 인터뷰는 본지가 처음이다. 장 사장은 “당면 과제인 세계적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차 전쟁 준비도 철저히 해 누가 봐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결국 모든 공장 전기차 공장 될 것”
장 사장은 내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전기차를 꼽았다. 장 사장은 “전기차는 친환경일 뿐 아니라 주행 성능의 정교함, 가속 주행, 정숙성 같은 측면에서도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나다”며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초기 전기차 시장에 연착륙했다고 평가하며 “그 어려운 독일 시장에서 아이오닉5가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변화와 규제 상황에 따라 궁극적으론 모든 기존 공장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내내 계속된 반도체 공급난과 관련, 장 사장은 “동남아의 반도체 2차 협력사가 코로나로 고생할 때 마스크를 보내주면서 신뢰를 쌓고 각국 정부도 열심히 설득한 덕분에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종류와 수를 줄이는 ‘공용화’와 ‘통합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재진출… 중국 철수는 없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유럽 시장에서 사상 최고 점유율(각각 9%·8%) 달성이 예상되고, 러시아·인도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1년간 주요 시장에서 SUV 같은 실속 있는 자동차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였다”면서 “내년엔 마케팅 거점을 전 세계 9권역에서 5권역으로 통합해 시너지와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장 사장은 일본 시장 재진출을 통해 새로운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현대차는 2001년 진출한 일본에서 9년간 1만5000대밖에 팔지 못하고 2009년 철수했다. 장 사장은 “지금이 아니면 못 들어간다”며 “‘아이오닉5′와 ‘넥쏘’를 필두로 재진출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아를 하는 여성들과 활동적 고령층 ‘액티브 시니어’들은 ‘관념적’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차를 고른다”며 “한국 차가 일본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철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장 사장은 “중국은 한번 나오면 영영 못 들어간다”며 “부진 원인은 파악했으니, 앞으로 차근차근 문제점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문화 혁신으로 인재 확보”
장 사장은 2019년 초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시절부터 현대차의 조직 문화 혁신을 주도했다. ‘검은 양복에 넥타이’였던 복장 규정이 사라졌고, 직급 통폐합, 자율 좌석제, 재택 근무 확산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 사장은 “요즘 직원들이 카페처럼 꾸며진 회사 로비에서 자유롭게 토론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획일적’이라고 지적돼온 성과 보상 시스템도 개편하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11월 우수 리더를 선발해 별도 성과급을 주는 ‘탤런트 리워드’를 현대차 최초로 도입했다. 장 사장은 “현대차를 우수한 세계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