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사이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아직 공식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어제 하루에만 수천대의 침수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침수 상황에 처한 운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전기차는 침수시 감전 위험은 없을까.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는 어떻게 걸러야할까. 침수차 대처법을 모아봤다.

◇침수 상황 닥쳤다면 이렇게

어젯밤 인터넷 테슬라 동호회에는 “대치동 학원에 간 자녀를 데리러 갔다가 차에 물이 들어차서 당황하고 있는데 근처 경찰이 서 있으면 물이 더 들어오니 계속 빠르게 주행하라고 해 겨우 빠져나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침수 위험에 처했다면 최대한 고지대로 이동해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물 웅덩이를 건너야할 상황인 경우엔 최대한 빠르게 건너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차고가 높은 SUV는 좀 더 깊은 물을 견딜 수 있지만, 대략 물이 차량 바퀴 절반 이상 잠겼다면 침수 위험이 있다고 보고 주의해야 한다.

전 날 내린 많은 비로 서울 도로 곳곳이 침수된 9 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에 전날 비로 침수된 차가 인도로 올라와있다./뉴시스

전기차는 특히 배터리 때문에 감전 위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차 하부에 깔린 배터리팩과 커넥터 부분은 모두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짧은 시간 동안의 물 노출은 견딜 수 있다. 만약 배터리 팩 안으로 물이 들어올 경우 수분 감지센서가 작동해 전원을 차단한다. 이에 따라 감전 위험은 거의 없고, 다만 이 경우 시동은 꺼지게 된다. 비가 많이 올 때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은 웬만하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충전이 불가피하다면 지붕이 있는 충전소에서 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 만약 차량 충전 입구에 물이 고여 있는데 충전구를 끼울 경우 물에 전기가 흐르면서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에도 차량 하부와 엔진룸 부품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세차시 엔진룸 살수 처리가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연료 연소를 위해 공기를 흡입하는 에어덕트를 통해 물이 많이 유입될 경우 엔진 안으로 물이 들어가 시동이 꺼질 수 있다. 엔진룸에만 물이 약간 들어간 경우라도 부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침수 후에는 정비와 방청작업 등이 필요하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중 어느 차가 침수에 더 안전하냐는 공식 테스트가 없어 비교는 불가하다.

만약 침수 피해를 입었다면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전액을 보상 받을 수 있다. 수리비가 차량 잔가(잔존가치)를 넘어설 경우 보험사가 인수해 폐차 처리하고 잔가를 보상해준다. 엔진룸 또는 차량 바닥에 고인 물, 해수 등이 들어온 경우 침수차로 판단하며, 썬루프 등을 통해 들어온 빗물은 침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고차 구매시 침수차 어떻게 거르나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연합뉴스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이면서 중고차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주요 중고차 업체들은 침수차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꺼림칙한 것이 사실이다. 여름 장마철이 지난 뒤인 ‘가을 중고차는 사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침수차로 신고하고 보험처리를 하는 경우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 사이트에 기록이 남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지만,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정비업소에 수리·청소를 맡긴 경우 침수차임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침수차는 기본적으로 악취가 나고, 흙탕물 자국이 차량 곳곳에 남아 있다. 시가잭 속, 시트 바닥 밑이나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겼을 때 진흙 자국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비 업소에서 구석구석 청소를 했을 경우 일반인들이 찾아내기 쉽지 않다.

중고차 구매를 생각중인 소비자라면, 당분간 구매를 유예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차가 급한 경우라면 믿을 수 있는 대형 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 특히 관리가 잘 되는 업체들은 판매된 차가 침수차로 확인되면 구매가의 100% 또는 그 이상의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직접 매입한 중고차만 판매하는 케이카,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의 자체 진단 매물 등 업체들이 직접 인증한 매물을 중심으로 고르고, 가격이 시세 대비 현저히 싸지 않은지 살피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