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 공장을 파트너인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사들인다.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시간주 랜싱에서 짓고 있는 3공장을 매입해 독자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윈윈’이라는 평가다. GM은 전기차 속도 조절에 따른 배터리 수요 감소로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이 사라졌다. 하지만 일본 도요타 등 다른 자동차 업체의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추가 생산 시설이 필요한 LG엔솔 입장에선 신공장 건설 대신 투자비를 아낄 수 있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속 전기차에 부정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LG엔솔을 포함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리밸런싱(재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SK온과 포스코퓨처엠 등 다른 전기차 배터리·소재 기업들도 보조금 폐지 등 불투명한 전기차의 미래를 감안해 현지 공장 건설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생산능력 재조정 등 속도 조절
GM은 2일(현시 시각) “완공이 임박한 조인트벤처(JV)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3공장을 합작 파트너인 LG엔솔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GM 관계자는 로이터 등에 “투자비 회수액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도 3일 “북미 공장의 투자 및 운영 효율화, 가동률 극대화 등을 위해 얼티엄셀즈 3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매각 작업은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과 GM은 얼티엄셀즈를 통해 오하이오주 워렌과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있는 연 40GWh(기가와트시), 50GWh 규모 1,2공장은 계속 운영한다.
여러 완성차 업체의 주문을 소화해야 하는 LG엔솔과 전기차 숨 고르기에 들어간 GM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라는 관측이 나온다. GM은 지난 10월 기존 전기차 플랫폼 브랜드 ‘얼티엄’을 앞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순수 전기차(BEV) 중심이었던 전기차 전략을 수정해 하이브리드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합작이 아닌 LG엔솔의 단독 공장이 되면 GM 외 다른 완성차 업체 물량이나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은 작년 하반기 연 20GWh 규모 장기 계약을 맺은 일본 도요타를 비롯해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 한화큐셀 미국법인 등에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도 리밸런싱에 한창이다. 앞서 SK온은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이 지난 6월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가동 일정도 애초 계획했던 2026년보다 뒤로 미뤄졌다. 포스코퓨처엠은 캐나다 퀘벡주에서 GM과 함께 추진 중인 양극재 공장 완공 시기를 올 하반기에서 내년 이후로 연기했고, 에코프로비엠도 캐나다에서 추진 중인 양극재 공장에 합작 투자하기로 했던 포드가 최근 철수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각형 배터리 개발도 본격화
한편, LG엔솔은 이날 GM과 ‘각형 배터리 및 핵심 재료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각형 배터리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파우치형에서 원통형으로 확장한 데 이어 외부 충격에 강하고, 구조가 단순한 각형까지 3대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모두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빅3 배터리 업체 중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 SK온은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윤성훈 중앙대 교수는 “고객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수요를 늘리는 상황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