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이 10일 부사장 이하 총 239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올해 대기업 임원 인사의 특징으로 꼽히는 재무 전문가의 약진이 현대차그룹에서도 두드러졌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에서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인력의 승진도 눈길을 끌었다. 전체 인사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소화했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R&D(연구·개발) 중요성은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이날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재무 목표를 초과 달성한 이승조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포함해 모두 73명을 승진 발령했다. IR 담당 구자용 전무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A등급’을 받고 인도 법인 HMI의 4조5000억원 규모 IPO(기업공개)를 성공시킨 성과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아에선 모두 43명이 승진했다. 지난달 주우정 전 재경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선임된 데 이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승준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CFO가 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속에 차세대 기술 개발을 이끌 핵심 인력들도 승진했다. 배터리와 수소 등 에너지 영역 전반의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파워트레인(구동계)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한동희 전동화시험센터장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제철에선 엔지니어 출신인 이보룡 연구개발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판재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40대 기술 인력의 약진도 눈길을 끌었다. 그룹 전체 신규 임원 중 40대 비율이 41%에 이르는 가운데 기술 부문에서는 40대 신규 임원이 전체의 64%에 달했다. 현대차에서는 주시현 로보틱스지능SW팀장, 곽무신 전동화프로젝트실장, 한국일 수소연료전지설계2실장 등 기술 분야 40대 실장·팀장이 나란히 상무에 선임됐다. 1982년생인 주 상무는 이번 그룹 임원 인사에서 최연소를 기록했다.
신임 임원 중에선 여성이 11명에 달해 작년(4명)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었다. 류수진 현대카드 브랜드본부장은 현대카드 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무로 승진했다. 성과 중심 흐름 속에서 세대교체와 여성 임원 확대라는 경향도 반영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