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인도에서 인기를 끄는 삼륜차에 착안해 만든 전기 콘셉트카(오른쪽)와 사륜 전기 콘셉트카.

현대차가 ‘인도 국민의 발’로 꼽히는 릭샤(삼륜차)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도는 전체 승용차 판매 중 전기차 비율이 2%대로 중국(28% 안팎) 등 주요국보다 낮다. 대신 작년 인도에서 팔린 전기차 약 195만대 중 대부분이 이륜차(59%)와 삼륜차(35%)였다. 브랜드 홍보 등을 감안해 우회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를 겨냥한 소형 SUV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달 초엔 1988년 첸나이 공장 가동 이후 처음으로 인도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 SUV ‘크레타 EV’를 출시했다.

해외시장 불확실성도 현대차가 인도 공략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유럽과 중국 등 해외에서 판매가 대부분 줄어드는 가운데,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작년 전 세계 판매량은 2023년보다 1.8% 안팎 줄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인도 판매량은 0.6% 늘어 실적 급락을 막아낸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달 관세 인상 같은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의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의균

◇인도에서 삼륜차 양산 첫 검토

현대차는 18일(현지 시각) 인도 델리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 참가해 인도에서 삼륜차 양산 검토를 처음 공식화했다. 인도의 삼륜차 생산 업체 TVS 모터와 협력을 꾀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차량 설계와 개발, 디자인 등을 맡고 TVS 모터는 현지 생산과 판매를 맡는 방식이다.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이상엽 부사장은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는 인도의 도로와 교통 환경에 최적화된 라스트 마일 및 공유 모빌리티”라고 했다. TVS 모터 샤라드 미쉬라 사장은 “양사가 논의 중인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디자인, 엔지니어링, 기술, 품질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날 인도의 도로와 기후 환경을 고려한 삼륜 전기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이동, 물류, 응급 구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견인 고리,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접는 좌석 등을 달았다. 폭우가 잦은 인도의 기후 환경을 고려해, 차체 높이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작년 인도 삼륜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보다 18% 늘어난 약 69만대였다. 내연기관 삼륜차는 인도 서민들과 빈민들의 주요 이동 수단임에도 최근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전환 정책으로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 매연을 줄이는 장치가 없고, 차량 노후화로 배출 가스가 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경유를 사용하는 삼륜차의 수도권 신규 등록을 재작년부터 금지했고, 2027년부터는 운행을 아예 금지할 예정이다.

◇첫 현지 생산 전기 SUV 출시

현대차는 이달 인도 현지에서 전기 SUV ‘크레타 EV’를 출시했다. 1998년 첸나이 공장 가동 이후 처음으로 현지 생산하는 전기차다. 2015년 7월 인도에서 출시된 크레타는 개발 단계부터 현대차가 인도 시장을 고려해 제작, 인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현대차 제품이다. 작년 1~9월 현대차 인도 판매량(45만9000여대)의 3분의 1이 크레타였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에서 크레타 EV를 포함해 전기차 5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6일 기아도 인도 맞춤형 SUV ‘시로스’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사전 계약이 1만대를 넘어 흥행한 시로스는 내달 1일 가격을 공개하고 인도 시장 판매를 시작한다. 시로스는 인도를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중동 등에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기아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시로스를 포함해 카렌스, 카니발 등 5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