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작년 영업 이익과 글로벌 판매량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자동차 산업의 대표 기업 현대차도 경기 둔화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3일 현대차는 작년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5.9% 줄어든 14조2396억원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판매량은 1.8% 줄어든 414만대였다. 현대차의 영업 이익과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매출(175조2312억원)은 7.7% 늘어나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 이익률(8.1%)은 1년 새 1.2%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는 작년 미국 시장에선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선방했지만, 국내를 포함한 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었다. 미국 내 판매량(91만1805대)은 전년 대비 4.8% 늘며 역대 가장 많았다. 그러나 국내와 유럽에선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판매량이 각 7.5%, 4.2%씩 줄었다. 유럽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판매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에선 현지 전기차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탓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넘게 줄었다.
고환율도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작년 글로벌 판매량이 주춤하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럽, 북미 등 지역에서 인센티브를 늘렸는데, 여기에 고환율 영향이 겹쳤다. 다만, 고가 차종의 판매 비율이 늘며 매출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현대차 전체 판매에서 SUV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비율은 61.7%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올랐다.
올해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부과 같은 정책이 예고돼 있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선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고, 해외에선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