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세단을 제쳤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과거엔 기업 고위 임원이나 부유층이 타는 세단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여가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SUV로 옮겨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SUV는 12만7754대로 집계돼 세단(12만6881대)보다 많았다. 1년 전과 비교해서 수입 SUV 판매량은 5% 안팎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 세단 판매량은 9% 안팎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경기 부진과 고가 법인 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붙이는 정책 시행으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 안팎 줄었지만, SUV는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SUV가 세단을 제친 것을 두고 “자동차 소비 패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입차 소비자들도 세단 특유의 ‘고급 이미지’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실용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가 처음 시작된 2003년만 해도 연간 세단 판매량은 1만5000대 안팎으로 SUV 판매량의 5배 수준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가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것도 고위층을 중심으로 세단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이었다.
수입차 소비자들이 전기차, 소프트웨어 전환과 같은 최신 기술에 눈을 돌린 영향도 있다. 작년 수입 SUV 판매량 중 전기차(3만2666대)가 4분의 1을 차지했다. 재작년(1만4603대) 대비 두 배 넘게 늘며, 모든 구동 방식 중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실제로 작년 수입차 판매량 ‘톱10′ 중 절반이 SUV였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중형 SUV 모델Y는 판매량이 1년 사이 34.8% 증가하며 수입차 3위를 차지했다. 1위와 2위는 세단(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이었다. 5위와 7위에 오른 벤츠 GLC(+25.3%), BMW X5(+17.1%) 같은 SUV도 판매량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