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전기차 등으로 중국차에 밀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중국 4대 국영 자동차 기업에 속하는 창안(長安)차와 둥펑(東風)차는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합병이 실현되면 미국 포드를 제치고 연간 510만대 안팎을 판매하는 글로벌 7위 자동차 그룹이 탄생한다. 중국 1위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10일 모든 차종에 새로운 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미 전기차 판매량에서 미국 테슬라를 따라잡은 데 이어 자율 주행 경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자국 배터리 업체들과 손을 맞잡으며 전기차 원가를 절감하고 주행 성능을 높이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은 지난달 상하이자동차(SAIC)와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배터리 교체 설루션 고도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CATL은 작년에는 니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자국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중국 업체들의 성장에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다. 작년 기준 글로벌 톱 10에 비야디(8위)와 지리그룹(10위)이 들었다. 중국 업체 2곳이 톱 10에 든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1%)을 비롯한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비야디와 지리그룹만 각각 41.5%, 22%씩 큰 폭으로 늘었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이 무역 장벽을 세우자,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 진출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유럽 시장이 경기 침체로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신흥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업체와 격돌이 불가피하다. 아세안 주요 6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2021년 7%에서 2023년 52%까지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자국 내에서 조달하는 중국 업체들을 가격으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