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카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집권 초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1년간 한국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자 했지만, 당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미국에 크게 양보하면서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019년 2월 백악관에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한국을 관세 부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건의했었다. 한국이 미국과 2018년 한미 FTA 재협상에서 개선된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이 이유였다.

실제 2018년 10월 개정된 한미 FTA에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유리한 내용이 여럿 담겼다.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철폐 시기를 기존 2021년에서 2041년으로 연기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픽업트럭은 미국이 1964년부터 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주력하는 분야인데, 당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는 평이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 기준 기준도 완화했다. 안전 규제를 면제하는 미국산 차량의 수를 기존의 두 배인 5만대로 늘렸었다.

시기적 요소도 맞물렸다. 미국의 압박이 한창이던 2018년 현대차는 미국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SUV 라인업이 부족하고, 엔저에 따라 일본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영향이었다. 2018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7만8000대로 2015년(76만2000대) 대비 11% 안팎 줄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런 여건을 앞세워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를 미국에 요청했었다.

한미 FTA 재협상 시기와 맞물려 고율 관세를 피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 국면에선 한국이 미국에 꺼낼 수 있는 협상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으로선 트럼프 1기 때보다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작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