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관세를 무기로 자동차 업체들에 위협 수위를 높이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동차 관세율을 ‘25%’로 못 박았고, 그다음 날엔 관세를 기존 예고했던 ‘4월 2일’보다 빠르게 부과하겠다고 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우리는 (관세와 관련해) 모든 종류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생산 라인을 재배치해 미국에서 더 큰 성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생산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유럽 업체들은 특히 미국 생산 비중이 낮기 때문에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벤츠가 미국 공장에서 2027년부터 중형 SUV ‘GLC’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벤츠 하랄트 빌헬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날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영업이익률이 1%포인트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작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벤츠의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은 37%로, 혼다(65%)와 도요타(49%) 등 주요 해외 업체들에 비해 낮다.

멕시코 등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미국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GM(제너럴모터스)의 폴 제이콥슨 CFO는 이달 한 콘퍼런스에서 “(작년 말부터) GM은 이미 해외 공장의 재고를 30% 이상 줄였다”고 했다. 작년 미국 판매량의 26% 안팎은 멕시코에서 만들어 수출됐는데 이를 앞으로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이콥슨 CFO는 “지난 1월부터 멕시코 생산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기존 공장의 생산을 전환해 관세에 대응할 능력을 갖췄지만, 관세가 영구적으로 부과된다면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