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에 대해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14일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상호 관세가 한국·일본·독일 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진행자가 묻자 “그것(상호 관세 부과)이 공평하지 않겠나. 수입되는 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모든 곳에서 수입되는 차에 관세를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교역 상대국의 관세·비관세 무역 장벽을 모두 분석한 후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관세를 올리는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해 왔다.
자동차는 한국·일본 등의 대미(對美) 주력 수출품인 데다 미국 소비자들도 가격 인상에 큰 부담을 느끼는 상품이기 때문에 상호 관세 대상에서 빠질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러트닉은 ‘아니다’라고 일단 부정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액의 2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이어서 미국이 관세를 올려 수입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국 경제엔 큰 악재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취임 이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도 한국은 미국에 네 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압박할 방침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네 배’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집계한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기반으로 한 수치로 실제로 한국은 2007년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대부분의 상품을 무관세로 수입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멕시코·캐나다 등 FTA 체결국에도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라 FTA가 상호 관세의 ‘방패’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2인자’인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는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그동안 CEO(최고경영자)인 머스크가 트럼프의 최측근인 데다, 주요 미국 업체와 달리 멕시코와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이 없어 피해 규모가 비교적 적다고 보고, 관세 정책에 별다른 반대 의견을 표시하진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으로 해외에서 실적이 급감하고, 관세가 자동차 부품에까지 적용되자 회사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슬라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미국 수출 업체들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할 때 본질적으로 불균형적 영향에 노출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 11일 보냈다. 관세 부과 시 상대국의 보복 조치, 부품 가격 상승으로 미국산 차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