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등 주력 산업 분야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 통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무역 장벽이 추가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전기차와 배터리 등 막대한 보조금을 투자해 성장시킨 분야의 수출 통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작년 9월부터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에 각각 100%,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WSJ는 “1980년대 일본이 자발적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을 제한해 미국의 관세 인상을 막았듯, 중국도 미국 내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 기회를 얻는 대가로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1981년 일본이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량을 줄인 ‘자발적 수출제한(VER·Voluntary Export Restraint)’과 비슷한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자국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힌 일본에 압박을 가했고, 일본 정부는 대미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무역 갈등을 피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공장을 가동한 1990년대 초반에 들어서야 이런 조치를 철회했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은 악화일로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 시작했고, 지난 4일엔 추가 관세율을 20%로 높였다. 내달 2일에는 상호 관세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중국도 미국산 농축산물 등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며 양국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대미 수출 물량 통제를 통해 추가 관세 부과를 막고, 미국 현지 투자 기회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정부 인사들의 반대에도 중국의 미국 투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