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비야디)는 세계적인 중국 전기차 굴기(崛起)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충전식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으로 작년 세계 1위다. 광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 몸집을 키웠고, 가성비를 앞세워 전 세계 100여 국에 진출했다.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공개된 미국 테슬라보다 두 배 빠른 전기차 충전 기술이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BYD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조인철 승용부문 대표는 “많은 소비자가 중국 브랜드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차근차근 브랜드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이르면 이달 BYD는 한국에 3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아토3′를 공식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가 가성비를 앞세워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안전과 품질에 대한 의심도 작지 않다. BYD 입장에서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토3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이 예상보다 늦어진 2일 확정되면서 아토3 출시가 처음 예고했던 시기(2월 중순)보다 미뤄졌다. 일반 소비자보다 택시나 렌터카 등 업체에 플릿 판매(법인 대상 대량 판매)를 먼저 할 거란 추측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BYD코리아 승용 부문 조인철(53)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내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지만, 차근차근 하차감 좋은 브랜드로 만들어 가겠다”며 “현재로선 택시와 렌터카 등 법인과 제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로를 선택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자동차 강국 한국에 도전한다”

BYD의 한국 진출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 확장의 일환이기도 하다. BYD는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2023년 대비 72% 안팎 늘어난 41만대를 판매했다. 유럽 등에 공장을 속속 건설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대표는 “본격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받으려면 자동차 선진국에 진출해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BYD의 생각”이라며 “한국 시장은 규모 면에서 중국 내수에 비해 매우 작지만, 일본이나 독일과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들이 주목하는 곳”이라고 했다.

BYD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내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고 본다. 그래서 저렴한 전기차를 앞세워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걸 목표로 삼았다. 조 대표는 “저조차도 BYD에 들어와 일하기 전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이것이 하루아침에 불식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가 전기차에서 시작해 점차 고급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BYD는 아토3에 이어 중형 세단 ‘씰’과 중형 SUV ‘시라이언 7′을 출시할 예정이다. 2종은 중국 내 가격이 4000만원대 안팎이다. 국내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BYD코리아

◇“20년 걸려도 좋은 브랜드 만들 것”

한국 진출 첫해인 올해는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판매량 목표도 없다. 조 대표는 “올해는 각종 인증 절차는 물론, 첫 중국 브랜드인 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에 판매 목표를 정할 수 없었다. 올해 판매 데이터와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고객들이 BYD의 승용차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 딜러와 서비스센터 등 기본기 다지기는 계속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현재 전국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가 각각 15개와 12개인데, 연말까지 각각 30개와 25개 이상으로 확충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준비한다. 조 대표는 “고객들이 신차를 구매한 뒤 수년 뒤엔 차를 팔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져야 판매가 선순환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중국차가 미국이나 유럽 브랜드보다 아래라는 인식이 있고,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20년이 걸리더라도 이미지를 개선해 ‘하차감 좋은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