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9일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국내외에 4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투자액이 평균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발표한 5년 계획(2024~2028년)보다 10% 더 늘었다. 그간 GM(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빅3’가 주도해 온 분야인 픽업트럭을 포함해, 차세대 전기차, SDV(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 등 미래차 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5일 210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기아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아는 매년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투자자들에게 중장기 전략을 밝힌다. 이날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것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었다. 픽업트럭은 짐칸에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 중 짐을 싣는 공간보다 사람이 타는 승객석 비중이 더 큰 차량을 가리킨다.

기아는 자체 개발한 중형 전기 픽업트럭을 북미 시장에 출시, 2034년까지 연간 9만대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픽업트럭 시장으로, 픽업트럭 판매가 전체의 20% 안팎(약 300만대)을 차지한다. 픽업트럭 ‘톱5’ 중 4개를 포드와 GM 등 미국 빅3가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GM과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픽업트럭 분야 협업이 성사될지도 주목받고 있다. 기아는 현재 픽업트럭은 독자 개발하겠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GM과 현대차그룹이 픽업트럭의 부품을 공동 구매하거나 현대차의 픽업트럭을 미국에서 GM 브랜드로 재출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기아는 이날 국내와 해외 생산을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 178만대, 해외 247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고 했다. 각각 올해 대비 13%, 20% 늘어난 수치다. 연 50만대 규모로 증설을 앞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량 40%를 기아 브랜드 제품으로 채우기로 한 만큼, 해외를 중심으로 생산 확대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