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실적 대반전’을 일궈냈다.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강도 높은 경제봉쇄 조치가 이뤄졌던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하반기부터 경제 정상화 모드로 돌아선데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진척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개선돼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훈풍이 분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의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상장사, 올 3분기 ‘실적 대반전’
18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590사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 전체 매출액은 503조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매출액은 조금 줄었지만 회사가 실제 번 돈에 해당하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조8491억원(27.45%) 늘어난 36조4475억원으로 집계됐고,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뺀 순이익은 25조62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8899억원(44.4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했던 지난 1~2분기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지난 2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9%, 1분기에는 각각 31%, 48%나 감소했었다.
올해 1~9월 전체로 봐도 기업 실적 개선세는 뚜렷하다. 해당 기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79조424억원)과 순이익(51조24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9%, 9.44% 줄었는데, 상반기에 24.18%, 34.1%씩 줄어든 것과 비교해 많이 나아진 것이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의 1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고 보더라도 실적 회복 흐름은 이어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경우, 올해 1~9월 영업이익(52조95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8.84% 줄었는데 상반기에는 35% 넘게 감소했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3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57.8%, 81.3%나 증가했다”며 “기저효과 덕도 있지만 비대면 및 바이오 업종은 물론 코로나 충격이 컸던 쇼핑·자동차·철강 업종에서까지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 3분기 반등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들도 비슷한 회복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 958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3조546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8473억원(31.4%) 늘었다. 매출액(50조6740억원)과 순이익(2조2350억원)도 각각 5.3%, 3.9%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및 교역 환경 개선 덕"
코스피 업종별로 보면 올해 1~9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업종이 6개, 줄어든 업종이 9개였다. 음식료품(138.2%)과 의약품(100.9%), 통신업(30.2%)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기계(-93.4%)와 운수장비(-65.2%), 화학(-60.9%) 등의 업종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전분기 대비 3분기 순이익을 비교할 경우 순이익이 늘어난 업종이 10개(섬유의복·철강금속·서비스업 등), 줄어든 업종이 4개(종이목재·운수창고업 등)였다.
올 3분기 코스피 순이익 상위 20개 기업 중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419.1%)였다. LG화학(315.8%)과 다우기술(286.4%), LG유플러스(286.2%), 네이버(176%), LG(123.5%) 등이 뒤를 이었다. 20개 기업 중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현대모비스(-32.7%)와 KT&G(-13.7%)뿐이었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3분기에 큰 기지개를 켤 수 있었던 요인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 및 교역 환경 개선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증가를 꼽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확산세가 가파르지만 지난 3~4월 수준의 경제봉쇄 조치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전세계 경제 활동 수준이 코로나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내년도 실적 전망을 계속해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와 2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각각 63.5%, 42%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은 “수출 통계를 보면 경기가 2개월쯤 전부터 반등세를 탄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가까워진 가운데 국내 증시는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