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재조명되고 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란 연간 또는 일정 기간 동안 금리 상승 폭을 일정 한도 이하로 제한하는 상품으로, 금리가 많이 오를 때 유리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상품 출시를 목표로 은행권과 협의하고 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금리 상승 폭 축소한 주담대 출시될듯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주 시중은행들에 현행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판매 현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새로운 상품 설계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 당국은 2019년 3월 국내 15개 시중은행과 손잡고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이미 출시한 바 있으나 그간 은행별 판매 수량이 1개 안팎일 정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출시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년 전 출시된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기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최대 금리 상승 폭을 향후 5년간 2%포인트, 연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구조였다. 향후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은행이 위험 부담을 더 지게 되는 것이어서 기존 금리에 0.15~0.2%포인트의 가산 금리가 더해진다. 금리가 상한 폭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오르지 않을 경우 대출자는 가산 금리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2년 전에 출시된 상품과 비슷한 구조를 유지하되 최대 상승 폭을 조정하는 식으로 새로운 상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대 상승 폭 적용 기간을 5년보다 짧게 하거나, 최대 상승 폭 제한을 2%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줄이는 등의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아직 금리상한형 상품 고려할 상황 아냐”

금융 당국이 다시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금리상승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2월 예금은행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월 2.63%에서 2.66%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전반적으로 가계 대출의 지표 금리가 오른 데다 가계 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해 은행들이 대출 가산 금리도 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주담대의 지표 금리 중 하나인 국고채도 상승세를 띠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 1.72%에서 지난 30일 기준 1.98%로 높아졌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아직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권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변동금리 상품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이는 등 단기간 내에 빠르게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83%로 1월(0.86%)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작년 12월(0.90%)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한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 상승을 5년 내 2%포인트로 제한하고 있는데, 통상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5년 이후에는 대환이 가능해져 당장 지금부터 금리상한형 상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2018년에는 주담대 상품이 최저 금리도 3%후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고정 금리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금리여서 금리상한형 상품에 대한 유인이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