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에 다니는 김수명(33)씨는 올해 초부터 친구들과 주말마다 스크린 골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스크린 골프장을 예약하고, 운동을 하고 나오면 자신의 승률과 타수가 앱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동반자 성적을 함께 기록하고, 친구들과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도 앱으로 관리한다. 한 달에 한 번 야외 골프장에 나갈 때도 스마트폰 앱은 필수다. 골프장 예약은 물론, 골프장 체크인과 체크아웃, 맛집 검색, 각종 골프용품 주문까지 ‘골프 앱’ 안에서 가능하다. 김씨는 “골프는 스마트폰 하나로 관리가 되는 스마트 스포츠”라고 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 골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회사 일과 관련된 ‘비즈니스 운동’이나 일부 부유층의 스포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최근엔 새롭게 골프를 시작한 2030 ‘골린이(골프+어린이)’까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이들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골프 시장 규모가 2019년 6조7000억원에서 2023년엔 9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핀셋 검색까지... 골프 업계 디지털 전쟁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골프장 예약’을 검색하면, 관련 앱 플랫폼이 40여개쯤 뜬다. 2019년 카카오의 스포츠 전문 계열사인 카카오VX가 양방향 채팅 로봇(챗봇) 기능을 활용해 예약과 결제, 실시간 교통 안내 서비스까지 할 수 있는 골프 예약 앱을 내놓은 후, 골프 업체뿐 아니라 국내 IT 스타트업도 골프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각광받는 앱은 소위 골프장 예약 대란을 해결해주는 앱이다. 더 상세한 조건의 검색 결과를 알려주는 ‘핀셋 검색’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엑스골프’ ‘골프몬’ 등은 갑자기 취소된 빈자리를 찾아주는 당일 예약을 강화한 경우다.

지역별 상세 검색에 특화된 플랫폼도 있다. ‘섬프로’는 제주도 내 골프장 전문 검색 플랫폼. ‘티알’은 호남 지역 중심으로 골프장 검색·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크린 골프장 검색에만 집중한 앱도 나왔다. ‘김캐디’는 전국 9000개의 스크린골프장·골프연습장 가격표를 모아 지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골프를 같이 칠 사람을 집중 검색해주는 앱도 인기다. ‘티샷’ ‘골프링스’ 등은 혼자 골프를 치는 소위 ‘혼골족’을 위해 소셜미디어(SNS) 검색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해 골프 번개 친구를 성별·나이별로 찾아준다.

국내 1위 스크린 골프장 업체 골프존은 앱 플랫폼 ‘골프존 티스캐너’에 다른 곳보다 2~4주 먼저 예약 가능한 곳을 찾아주는 ‘2주 빠른 골프 예약’ 기능을 추가했다.

비대면 골프 레슨 경쟁도 시작됐다. ‘포켓레슨’은 자신의 스윙 동영상과 고민을 앱에 올리면, 관련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동영상 레슨을 검색해 찾아준다.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 골프를 재작년 말 ‘N골프’로 재단장하고 박세리·안신애 등 유명 선수를 내세운 라이브 방송 레슨 ‘N라이브 레슨’을 시작했다. 제공하는 관련 레슨 영상만 1만5000여건이다.

◇스크린 골프의 ‘실감 기술’도 불꽃 경쟁

스크린 골프장 시장은 골프존이 60%, 카카오VX의 ‘프렌즈 스크린’이 20%, SG골프가 10%, 그 외 나머지 업체가 10%가량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골프존과 카카오VX는 특허 소송전까지 치르고 있다. 골프공이 스크린 시뮬레이션상에서 벙커나 러프에 빠졌을 경우 일반 매트에서 쳐도 벙커나 러프에서 친 것처럼 샷 거리를 보정해주는 ‘비거리 감소율’ 기술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골프존이 특허를 낸 이 기술에 대해 2016년 카카오VX 가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골프존 손을 들어줬다. 반대로 골프존이 카카오 VX에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은 지난 1월 2심에서 카카오 VX가 승소했다.

‘실감 기술’로도 맞붙고 있다. 골프존은 오르막과 내리막 등 경사를 구현해 실제 필드에서 치는 것 같은 현장감을 구현하는 ‘스윙 플레이트’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골퍼가 골프공을 내리꽂듯 칠 때 잔디가 파이는 현상까지 그대로 구현하는 소위 ‘디벗센싱’ 기술도 적용했다. SG골프는 커브드 스크린에서 파노라마 화면으로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실제 골프장에 들어온 것 같은 효과를 구현한다. 카카오 VX의 ‘프렌즈 스크린’은 음성 인식 AI 기술을 도입했다. “티를 높여줘” 등을 말로 하면 일일이 기계 조작을 하지 않고도 게임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