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최근 귀리 우유와 흑임자 우유를 출시했다. 2위인 매일유업도 아몬드 우유와 귀리 우유를 내놨다. 새벽배송 전문업체인 마켓 컬리에선 지난해 국내외 식물성 대체 우유 제품 23종을 팔다가 올해 36종으로 늘렸다. 스타벅스도 라테나 카푸치노 등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에 식물성 대체 우유를 선택사항으로 넣기로 했다.
출산율 하락으로 우유 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이를 대신하는 ‘식물성 대체 우유'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화이트(우유)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대체 우유는 귀리, 아몬드, 쌀, 캐슈너트, 마카다미아, 완두콩, 흑임자, 까만콩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지방 등을 추출해 우유처럼 만든 것이다. 육류 섭취를 줄이려는 비건(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식품이나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최근엔 소화 문제로 우유를 꺼리는 일반 소비자들도 대체 우유를 찾고 있다.
◇반대하던 낙농업계도 뛰어들어
식물성 대체 우유 열풍은 미국과 유럽에서 10여년 전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시작됐다. 우유 섭취를 꺼리는 채식주의자들뿐 아니라, 환경주의자들이 ‘젖소를 키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며 식물성 대체 우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된 이 시장 규모는 19조2000억원. 스웨덴 말뫼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미국 대체 우유 시장 2위까지 올라간 귀리 우유 ‘오틀리’는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식물성 대체 우유가 급격히 커지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 식품 회사인 네슬레는 유제품이 주력인데도 불구하고 이달 초 첫 대체 우유를 내놨다. 프랑스 낙농업체 다농은 이미 식물성 대체 요거트를 출시해 지난해 3조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하지만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은 블루오션인 데다가 최강자라고 할 만한 업체가 없어 스타트업부터 다국적 식품 회사까지 모두 뛰어들었다.
미국과 유럽의 낙농업계는 출산율 감소로 우유 판매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체 우유까지 나와 우유 시장을 뺏어가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낙농업계가 “대체 우유는 우유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하자 EU는 2017년 식물성 대체 우유에 대해 ‘우유(milk)’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음료(drink, beverage)’와 같은 중립적인 표현으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다.
◇수출입 가능해 “국내외로 경쟁 벌어질 것”
하지만 국내에선 우유 업체들이 대체 우유 시장을 이끌고 있다. 서울우유·매일유업뿐 아니라, 언아더밀크·디어밀크 등 신생 중소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국내 낙농업계는 국내 식물성 대체 우유 시장이 해외보다 더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우유를 소화하는 효소가 부족한 ‘유당불내증’을 가진 한국인이 10명 중 적게는 5명, 많게는 7명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식물성 대체 우유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관측한다. 비건 식단이나 신념 소비를 하려는 MZ 세대도 이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유와 달리 식물성 대체 우유는 냉장 보관을 할 필요가 없고 유통기한도 길기 때문에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며 “국산 브랜드는 해외로 나가고 국내에선 외국산과 국산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