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급등한 달걀 가격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6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특란 30개 한 판의 소비자 가격은 7521원이었다. 올해 1월 28일(7253원)에 7000원대로 진입한 이후 넉 달 넘게 7000원 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평년엔 5000원대 초중반이던 가격이었다. 통계청은 지난달 달걀 가격이 1년 전보다 45.4%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에서 기승을 부린 고병원성 AI가 달걀값 폭등의 주범이다. 지난 4월 초 이후 고병원성 AI 발생이 관찰되지 않아 정부 위기 경보 단계는 하향됐지만, 이미 알을 낳는 산란계의 23% 정도인 1670만 마리가 살처분된 뒤였다. 정부가 그간 달걀을 1억 개 이상 수입했고 산란계 보급을 서두르고 있지만 달걀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코로나로 인해 집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가구당 평균 달걀 구매량은 137.7개로 전년보다 7% 늘었다. 4월 농협 주요 매장 66곳의 달걀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고, 지난달 1~20일에도 10.2% 증가하는 등 소비 증가가 달걀값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

달걀값 상승은 외식 물가 오름세를 일정 부분 자극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집에서 먹는 라면 가격은 2.8% 올랐고, 볶음밥은 3.9%, 구내식당 식사비는 4.4% 올랐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개인 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물가 당국은 “이달 중 계란 5000만개 이상을 수입하고 달걀에 대한 0% 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달걀 가격이 내려가는 시기를 이달 하순쯤으로 전망했다. 이달 산란계 평균 사육 마릿수는 7023만 마리로 작년보다 6.3% 적지만, 평년 수준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달걀 생산량은 지난 1일 4050만개에서 이달 하순 420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농업관측본부는 “6월 이후 달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산지 가격이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