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 배터리(Inter Battery)’ 전시장.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들어가자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셰 타이칸이 보였다. 포르셰가 만든 첫 순수 전기차다. 이 차는 단 3.2초면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들 때 흑연에 실리콘을 추가해 출력을 높였다”며 “앞으로는 실리콘 음극재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벌여 온 배터리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차세대 소재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배터리 업체들이 미래 시장을 잡으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는 한 번 충전에 450km 정도 주행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선보인 車배터리 -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포스코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양극재와 음극재를 활용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차체 모습. /뉴시스

◇불붙은 차세대 소재 개발 경쟁

이번 전시회에는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배터리 소재·제조 기업 229곳이 참여했다. 참가 기업 대부분이 주행거리를 늘리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배터리 소재 관련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은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선보였다. 포스코케미칼이 선보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현재 60% 수준인 니켈 함유량을 80%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니켈 함량이 높으면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계 최초로 개발한 ‘NCMA 양극재’를 활용해 제조한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 양극재는 기존에 니켈·코발트·망간만 사용하던 것에 알루미늄을 더한 신소재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알루미늄을 넣으면 주행거리와 출력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납품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의 핵심 경쟁력인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신소재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SK이노베이션은 머리카락의 25분의 1 수준인 5마이크로미터 두께 분리막을 선보였다. 분리막이 얇으면 전기를 발생시키는 이온이 활발하게 이동할 수 있어 출력과 충전 속도가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금까지 배터리셀 2억7000만개를 납품했지만 단 한 건의 화재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분리막 두께를 4마이크로미터까지 줄이는 기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신소재에서도 중·일과 치열한 경쟁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배터리의 폭발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SDI도 이번 전시회에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소재 기술은 확보한 상태이며,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전영현 삼성SDI 대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미국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라타와 히타치, 교세라, 도레이,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소재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신소재 개발에서 앞선 기업이 결국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