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전 수집가인 마이클 패리스(33)씨가 등산길에서 금속탐지기를 사용해 발견한 엽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마이클 패리스씨 유튜브 채널

미국인 마이클 패리스(33)씨는 스스로 ‘한국 코인 헌터’라고 부른다. 지난 2015~2020년 한국에 거주하는 동안 등산길을 금속탐지기로 훑고 다니며 1600년대 상평통보와 같은 옛날 동전을 수집했다. 그가 수집한 동전은 총 4000여개, 시가로 6000여만원 상당이라고 한다. 동전 탐사 과정을 연재한 그의 유튜브 채널 ‘미국아재’는 구독자가 2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평택에서 미군 통역사로 일하다 계약 만료로 작년 10월 고향인 미국 버지니아주(州)로 돌아간 패리스씨를 13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패리스씨는 “중국 고대 주화는 양이 너무 많아 가치가 적고, 일본 주화는 비슷비슷한 데 반해 조선 시대 상평통보는 같은 평안도 지역에서 만들었어도 주전소마다 형태나 특징이 달라 수집하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대학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한 패리스씨는 한국인 아내와 최근 5년간 한국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동전 수집에 나섰다. 한자 자격증(5급)을 갖고 있어 조선 시대 엽전에 쓰인 한자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패리스씨는 “비트코인보다는 한국의 ‘리얼 코인’에 투자해보라”고 했다. 발행량이 적은 해의 동전(미사용)은 원래도 희소 가치가 높았는데 최근 1년 사이 거래가가 2~3배 폭등했기 때문이다. 동전 사용량이 줄며 희소 가치가 높아진 데다 초저금리 시대에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다 보니 ‘투자’ 수요가 몰린 탓이다.

1998년 한국은행이 홍보용으로 배포한 주화 세트(1원~500원, 총 6종)는 작년 초엔 28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 4월 380만원에 팔렸다. 1998년 각인이 찍힌 500원짜리 동전은 그해 민트 세트에 수록된 8000개뿐이어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패리스씨는 이를 비롯해 1970년 100원, 1966년 10원, 1972년 50원,1987년 500원을 투자 가치가 있는 동전으로 꼽았다. 1970년도 100원짜리는 2018년까지만 해도 11만3000원에 거래가 됐는데 지난 4월엔 85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1966년도 10원 역시 2018년 33만원에 거래되던 게 지난 4월엔 150만원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