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국부(國富)가 1093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같은 기간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1094조6000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국부보다 부동산 가치 상승분이 더 크다. 집값 상승세 때문에 마치 국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한국의 순자산은 1경7722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6% 늘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매년 말 기준 가계·기업·정부 등 각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국내외 자산을 모두 더한 것으로 1995년부터 집계된 일종의 국부 통계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부동산 자산(토지자산+건설자산)은 1경520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체 자산 중 86%는 부동산 자산이라는 얘기다.
이 중 토지자산이 9679조4000억원, 건설자산이 5522조4000억원이었다. 토지자산은 1년 사이 916조9000억원, 건설자산은 177조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토지자산과 건설자산의 증가분을 합하면 1094조6000억원으로 작년 국부 증가분을 상회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분을 제외하면 국부는 1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했다는 뜻이다.
토지자산의 가치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5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4.6배)보다 확 뛰었다. 통계청은 “작년에 명목 기준 GDP는 코로나 사태 등의 여파로 0.4% 늘어난 반면, 토지자산은 10.5%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는 5721조7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577조1000억원(1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용 부동산 가치가 2016년 말까지만 해도 4005조2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동안 43% 폭등한 것이다.
토지자산의 수도권 비중(2019년말 기준)은 57.2%로 2018년 말(56.9%)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수도권의 토지자산 증가율은 7.1%로 비수도권 증가율(5.8%)을 상회했다. 세종시와 지방혁신도시 개발 등으로 2011년 이후 비수도권 토지자산 증가율이 수도권을 앞섰지만, 2018년부터는 수도권 토지자산 증가율이 비수도권을 다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값 상승 때문이다.
국부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는데 반해, 순금융자산(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것)은 507조1000억원으로 국부의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은 1경9174조원으로 전년보다 11.2% 늘었지만, 금융부채(1경8666조9000억원)가 전년보다 12.2% 늘어나며 순금융자산은 오히려 전년보다 15.4% 줄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집은 똑같은 집인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전반적인 부채 수준이 함께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