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국내 쇼핑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31일부터 11번가에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고, 아마존 상품을 무료 배송해주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 ‘T우주’를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T우주는 아마존과 11번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구독 상품을 연계했다. 아마존,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부터 이마트, 파리바게뜨, 스타벅스와 같은 생활 밀착형 브랜드와 국내 스타트업까지 제휴사로 끌어들여 고객이 원하는 대로 골라 쓸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공격적인 행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구독 제휴 다양성으로 차별화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와 구독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서비스·소비재 생산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객 관리 노하우가 뛰어나고, 상품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통신업체가 이 둘을 잘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3600만, 거래액 8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성장이 정체된 이동통신 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SK텔레콤의 ‘탈통신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기존 구독 서비스와의 차별점으로 구독 상품의 다양성을 꼽았다. 월 9900원의 ‘우주패스 올’ 상품은 쇼핑몰 11번가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3000포인트, 아마존 무료 배송 및 1만원 할인 쿠폰, 구글 데이터 저장 공간 100GB를 기본 제공하고 1가지 선택 상품을 추가 제공한다. 선택 상품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웨이브나 음원 서비스 플로 이용권, 이마트·스타벅스·파리바게뜨·배달의 민족 할인 쿠폰 등이며 매월 선택을 변경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추가로 100여 개 사업자와 제휴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우주패스의 핵심은 아마존 무료 배송이다. 아마존 글로벌스토어는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11번가에서 그대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수천만 개에 이르는 아마존의 상품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우주패스에 가입하면 이 제품을 모두 무료로 배송해준다. SK텔레콤은 국내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16만개 이상의 ‘특별 셀렉션’ 상품을 선별해 평균 4~6일 내 배송해줄 계획이다. 나머지 상품도 평균 6~10일 내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SK텔레콤 측은 “기존 해외 직구 서비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압도적 상품 숫자와 빠른 배송”이라며 “특별 셀렉션 상품은 미국 공항 인근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 한국에서 구매 수요가 많은 상품을 미리 옮겨놓는 방식으로 배송 기간을 대폭 줄였다”고 했다. 아마존 상품 설명을 한글로 번역하고 한글 구매 후기도 제공해 11번가를 이용하는 것과 똑같이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마존이 촉발할 직구 전쟁
유통업계에선 그동안 후발 주자인 네이버와 쿠팡에 밀려 시장 점유율 4위로 내려앉은 11번가가 아마존 직구를 앞세워 공세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2조원이 안 되던 국내 해외 직구 거래액은 코로나가 확산된 작년 4조원을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여러 업체가 난립하고 있지만, 아직 이 시장을 주도하는 뚜렷한 업체가 없다.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 등 해외 쇼핑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비자까지 끌어들여 직구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전략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해외 직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에만 한정했던 직구를 중국까지 넓히고,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G9는 전체 상품군의 4분의 1 수준인 직구 상품을 절반 이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롯데온도 지난해 말 ‘엘부티크 해외 직구 서비스’를 오픈하고 판매자 확보에 나섰다. 롯데온의 7월 ‘해외 직구’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