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를 위한다며 마련된 정부 지원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의 약 70%를 고신용자가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잇돌 대출은 서울보증보험 보증을 통해 집행되기 때문에 연체가 되더라도 은행은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13일 서울보증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서울보증이 보증한 사잇돌 대출은 총 1조3047억원이었는데 이 중 고신용자인 1~3등급이 68.5%(8940억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수로 보면 18만4347건 중 64.7%(11만9251건)를 고신용자가 받아갔다. 신용등급은 통상 1~10등급까지 있고 숫자가 낮을수록 돈을 잘 갚을 가능성이 큰 고신용자란 뜻이다.
사잇돌 대출의 고신용자 비율은 해마다 늘어 왔다. 2016년 23.8%(금액 기준)였다가 2019년엔 39.6%, 2020년엔 53.6%로 증가했다. 사잇돌 대출을 받을 때 별도의 신용등급 요건이 없다 보니 고신용자 중에도 다소 높은 금리를 감안하고 대출을 받아가는 이가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문제가 제기되자 9월부터 사잇돌 대출 신용등급 요건을 마련하고, 신용등급 5등급 이하에게 대출이 약 70% 공급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사잇돌 대출 금리(고정금리 기준)는 최저 연 4% 초반대로 고신용자들이 주로 받는 은행 신용대출 금리(7월 기준 3.9%)보다 다소 높다.
윤창현 의원은 “상품이나 정책을 내놓은 후 성과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지 않다 보니 생긴 결과”라며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서민 금융상품이 도입됐을 때의 취지대로 제 역할을 하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