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 모터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생산 기업을 통폐합하며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희토류 가격은 1년새 배(倍)로 뛰었고 세계 각국에서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 화웨이 장비 보이콧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중국이 광물자원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박상훈

◇中, 거대 국유기업 앞세워 희토류 장악

중국 정부는 최근 희토류 생산 국유 기업의 구조조정과 통합을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통폐합 대상 기업은 오광희토(CMC), 차이나알루미늄(CHALCO)과 남방희토그룹이다. 이 회사들은 희토류 중에서도 매장량이 적어 ‘황금자원’으로 불리는 중(重)희토류를 생산하는 곳이다. 무게가 무거운 중희토류는 전기차나 드론의 핵심 부품인 모터를 생산할 때 반드시 필요한 소재로 전 세계 매장량의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세 기업의 통합 법인은 사실상 글로벌 중희토 공급을 독점하며 가격 통제권까지 틀어쥐게 된 것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이 기업들의 통합을 두고 “미국과 서구권을 향한 핵심 전략 카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 희토류 무기화 나서는 중국

대표적인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은 2010년 초반부터 자국 희토류 생산을 국유기업에만 허락하며 전략 무기로 키워왔다. 당초 중국은 경(輕)희토류가 집중 매장된 북부와 중희토류가 많은 남부에 각각 거대 국유기업 하나씩을 만들어 희토류를 장악하려는 계획이었다. 북부는 ‘북방희토그룹’으로 묶는 데 성공했지만, 남부는 지방정부의 반발로 5개의 기업으로 쪼개졌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과 중앙정부 권력 강화에 힘입어 이번에 남부 3개 기업이 하나로 통합되게 된 것이다. 중국 신경보는 “새로 만들어지는 통합 법인의 한 해 희토류 최대 생산량은 5만t 수준으로, 중국 1위 희토류 기업인 북방희토그룹(10만t)에 이어 둘째로 큰 기업이 된다”고 보도했다.

북부의 ‘북방희토그룹’과 남부의 신규 통합법인은 중국 전체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희토류 채굴·제련·수출 등 업무가 단 2개의 기업으로 통합되면서 희토류 가격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의중에 달리게 된 것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은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며 압력을 가했었다”며 “(통합법인이 만들어지면) 시진핑의 리더십 아래 희토류는 더욱 효과적인 전략 무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체품 없는 희토류, 가격 이미 급등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 희토류 가격은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희토류 수요는 늘어가는데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 탄소중립을 이유로 중국이 희토류 감산에 나선 가운데 친환경 자동차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중국 외에 마땅한 공급처가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 호주·일본·인도와 손잡고 경희토류 채굴과 생산을 시작했지만 중희토류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 중국·미국에 이어 셋째로 큰 희토류 생산국인 미얀마는 쿠데타 사태로 제대로 된 희토류 수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실제로 2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중희토류인 테르븀은 지난해 10월 30일 1㎏당 717.5달러에서 올해 10월 22일 1403.5달러로 가격이 올랐고, 산화디스프로슘은 같은 기간 247.5달러에서 428달러로 비싸졌다.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희토 통제권까지 강화하는 것은 전기차 등 친환경 시대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重희토류, 輕희토류

중희토류는 희토류 중에서 원자 번호가 높고 무거운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영구 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테르븀·디스프로슘 등이 있다. 매장량이 적어 ‘황금 자원’으로 불린다. 경희토류는 이에 비해 원자 번호가 낮고 가볍다. 풍력발전 터빈을 만드는 네오디뮴, 충전식 배터리에 들어가는 란타늄이 대표적이다. 매장량이 중국 외 미국·호주 등에도 분포돼 있고, 중희토류보다 가격이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