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높고 국가 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정상”이라고 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재 국가부채 비율이 낮은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로고

국제 비교가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59%다. OECD 회원 37국 중 스물넷째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한국의 부채 비율은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비(非)기축통화국 14국 중에서는 6위로 높은 편에 속한다. 비기축통화국이 발행하는 국채 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 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해 유사시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부채 비율을 비교할 때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을 구분해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빚더미가 커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도 큰 문제다. 기획재정부 집계 기준에 따르면, 2016년 626조9000억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올해 965조3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5년 새 54%나 증가하는 것이다. 2029년에는 지금의 2배가 넘는 2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상한다.

여기에 유사시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할 공기업 부채 400조원(2019년 기준)과 같은 ‘그림자 부채’까지 더하면 국가 부채 비율은 20%포인트나 급등한다. OECD의 국가 부채 통계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등의 부채도 포함되지만, 공기업 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부채만 집계해 국가채무 비율(2020년 43.8%)을 발표한다. OECD와 우리 정부의 집계 기준이 다르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한국의 부채 비율이 가장 낮지 않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과거 우리나라는 성장을 위해 빚을 졌는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소비를 위해 국가 채무를 늘리자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불거진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등 현금 지급 방식은 가계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가계 부채 비율이 높으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부채를 갚게 해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지,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려고 국가 빚을 늘리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