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초과 세수 규모를 둘러싸고 국정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례적으로 여당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통상 국정조사는 야당이 국정을 견제하기 위해 발의하는데, 여당 대표가 ‘재정 당국의 직무유기’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기준으로 올해 연간 초과 세수가 10조원 정도라고 했다. 기재부는 16일 오전 브리핑에서도 10조원대라고 했다. 하지만,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초과 세수가 10조원을 훨씬 넘어서는 19조원이라고 공개했다. 진행자가 “의도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네. 의도가 있었다면 이를테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될 그런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국정조사라는 단어까지 나오자 기재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금년 초과 세수는 현 시점에서 추경 예산 대비 약 19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19조원 초과 세수 전망치는 지난주 대통령께 보고했고, 15일 여당에도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지적하는 의도적인 세수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명료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낸 이유에 대해 “그동안 대응을 자제했지만, 전부 공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올해 거둬야 할 세금을 내년으로 넘겨 전 국민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국가재정법 저촉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그해 초과 세수로 못 쓰고 남는 돈(세계잉여금)은 다음 해로 이월하더라도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국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직권으로 세금을 내년으로 넘겼다가 만약 정권 바뀌면 국가재정법 위배했다는 이유로 적폐로 몰려 수사당할 수 있는데 공무원이 왜 법에 없는 일을 하려 하겠냐”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힐 예정이라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지원금 등을 지급할 돈이 있는데 기재부가 거부한다고 비난하기 위한 여당의 ‘작전’ 아니겠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7월에 2차 추경안을 만들면서 세수 추계를 할 때 연말에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할지 어떻게 알고 일부러 과소 추계를 했겠느냐”고 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여당 사람들이 기재부를 ‘곳간지기’라고 하는데 곳간지기가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