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5.2% 오르면서 동서독 통일 직후인 1993년 8월 이후 약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상점 앞을 걷는 시민들. /신화 연합뉴스

유럽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도 번지고 있다. 스페인·벨기에의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5%대로 상승했고 독일은 동·서독 통일 후 2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9일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2% 상승했다. 동·서독 통일 이후 물가가 급등했던 1992년 6월(5.8%) 이후 약 2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에너지 가격이 22%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었고 식품 가격이 4.5%, 서비스 가격은 2.8%가 올랐다.

같은 날 발표된 스페인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기 대비 5.6% 오르면서 199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벨기에도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5.6% 올랐다.

전문가들은 30일(한국 시각으로는 30일 오후 7시) 발표될 유로존(유로 사용 19국)의 소비자물가도 높은 수준으로 오르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이 설문한 시장 전문가들은 11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4.1%보다 높은,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으로 유로존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의 두 배 수준이 넘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럽보다 훨씬 가파르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3% 급등해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 시점을 앞당기는 등 코로나 확산 이후 시행해온 돈 풀기를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 수장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가 겹치면서 기준금리 인상은 더 불투명해지게 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인플레이션만 보고 통화 정책을 긴축(돈 풀기 축소)으로 전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물가 압박은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