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그룹 본사 전경./칭화유니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의 상징이었다가 지난해 파산신청을 했던 칭화유니그룹이 결국 중국 정부 손에 넘어가 회생에 나선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달 30일 “전날 열린 칭화유니그룹 채권단 회의에서 90% 이상의 지지로 파산 구조 조정안이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즈루(北京智路)자산관리·베이징젠광(北京建廣)자산관리가 주축인 컨소시엄이 내년 3월 말까지 600억위안(약 11조2000억원)을 투자해 칭화유니그룹을 인수하게 된다. 베이징즈루와 베이징젠광 모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투자한 기관으로, 사실상 중국 정부가 반도체 회사 경영을 직접 맡게 된 셈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가 대주주였던 칭화유니는 한때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설계·제조사였다. 490억달러(약 47조원)에 이르는 국가 반도체 펀드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외 반도체 기업 20여 곳을 인수해 덩치를 불렸다. 2015년에는 미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인수전에도 뛰어들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칭화유니는 2016년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창장메모리(YMTC)를 인수하면서 중국 ‘빅2′ 반도체 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로 발목을 잡혔다. 부채만 30조원에 달하면서 2020년 11월 첫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알렸고 지난해 7월 공식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알리바바 등 민간 부분에서 칭화유니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로이터통신은 “미국 금융 당국이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해 정보 공개 요구를 강화하면서 알리바바 인수 방안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갈수록 국가가 운전대를 직접 잡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