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출시를 앞둔 ‘청년희망적금’의 인기가 뜨겁다. 만 19~34세만 가입 자격이 있는데, 연 10% 안팎 고금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미리 보기’ 신청 건수가 지난 9일 서비스를 개시한 지 닷새 만에 50만건을 돌파했다. 이처럼 몰리다 보니 2~3일 정도 걸렸던 결과 조회가 1주일 가까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세청 등의 소득 자료를 조회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전산망에 과부화가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부랴부랴 전산망을 추가로 확보해 처리 속도를 2배로 끌어올렸지만 이날 오후까지도 일부 은행에서는 정체가 풀리지 않았다.
◇금융 당국도 놀란 인기몰이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기준 총급여 3600만원(종합소득 금액 26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가 가입할 수 있는 2년 만기 적금이다. 월 납입액은 최대 50만원이다. 정부 장려금(최대 36만원)과 비과세 혜택을 합치면 최고 10.49%대 적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금리가 파격적으로 높지만, 납입 한도가 적다 보니 2년 만기시 받는 이자는 최대 111만원(원금 1200만원)이다. 그래서 처음 정책을 발표했을 때 “실질 이자도 얼마 안 되는데 정부가 너무 생색낸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막상 출시를 앞두고 청년층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는 물론 재테크 블로그,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취업 준비생 커뮤니티 등이 관련 게시물로 들썩이고 있다. “가입 안 하면 손해”라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조기 마감을 예상하고 있다. 가입 시한은 올해 말까지지만, 올해 배정된 사업 예산 456억원이 소진되면 선착순 마감된다. 올해 들어가는 정부 저축 장려금(1인당 최대 12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38만여 명 정도가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관계자는 “조기 마감 조짐이 보이는 만큼, 출시 첫 주 출생 연도별 5부제 때 일찍 가입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가입자 유치 경쟁도 치열
은행들도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일부 은행은 청년희망적금 ‘미리 보기’를 신청한 뒤 정식으로 적금에 가입하면 추첨을 통해 고가 경품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100만원대 태블릿 PC나 스마트TV, 스마트워치, 명품 지갑 등을 경품으로 걸었다. 우리은행은 이벤트 응모자 중 5명을 뽑아 현금 50만원을, 1000명에게는 스타벅스 쿠폰을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쿠폰을 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 은행 때문에 20대와 30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청년희망적금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우대 금리를 뒤늦게 높이는 은행도 늘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을 다루는 은행 11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의 우대 금리가 1.0%포인트로 최고라는 소식이 지난 9일 알려진 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0.7%포인트와 0.5%포인트였던 우대 금리를 1.0%포인트로 끌어올렸다.
◇인터넷 은행은 모두 불참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 3곳은 청년희망적금을 취급하지 않는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전산 연계, 병역 우대 혜택을 주기 위한 증명 서류 확인, 적금 중도 해지 시 관리 등에 필요한 전산 개발 부담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과 관련해 필요한 서비스를 100% 모바일로 구현하는 데 들어가는 부담이 커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은행이 청년층 지원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청년층 고객이 많은 인터넷 은행들이 청년희망적금을 외면한 것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은 매번 전산 개발 부담을 이유로 들며 정부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별 마진이 남지 않으니 불참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