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 발언의 근거로 이 후보 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보도자료를 꼽았다. 전경련 측은 “원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설명을 내놨다.
이 후보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기축통화국과 비(非)기축통화국의 차이를 아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아는데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이 후보가 언급한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은 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 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 역시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전경련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 13일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근거 제시-원화가 IMF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5가지 근거’ 보도자료를 통해 원화가 IMF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할 자격이 충분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축통화는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로 명확히 범위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IMF의 SDR 통화바스켓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5개를 지칭한다. 전경련은 원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원화의 국제유통 이익, 환율 안정에 따른 수출증대, 국공채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등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련은 22일 이 후보의 발언을 의식한 듯 ‘원화의 IMF SDR 편입 추진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전경련이 이를 제안한 배경은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지위로서 최근 재정건정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으로 무역수지마저 적자가 지속할 수 있어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처럼 ‘경제가 튼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SDR 편입을 제안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또 “원화가 SDR에 편입되어도 국가재정 건전성 문제는 거시경제 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편입되었다고 해서 원화베이스 국채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만 국제 지급·결제 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 있으므로 경제 펀더멘털 유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밝힌다”고 했다.
이러한 전경련의 설명을 두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경련은 ‘기축통화’와 ‘SDR 포함 가능성’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전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우리 원화가 기축통화에 편입될거라 이 후보가 말한 순간 해설을 하던 전문가 3인이 벙쪘다”며 “대선을 2주 앞두고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기축통화는 한마디로 석유 사올 때 원화로 결제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낸 것이 전경련의 SDR 포함가능성 보고서인데, 정작 전경련은 ‘둘은 완전 다른 건데요?’라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