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밀 재배 지역./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계획 가동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하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이 미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교역 상대 중 68위로 지난해 교역 규모는 9억달러(약 1조740억원)였다. 절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제조용 네온·크립톤·크세논 가스의 대(對)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각각 23%(2위), 31%(1위), 18%(3위)로 높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LG전자 등 13사가 현지에 판매법인·지사를 두고 있으나 직원 대부분은 철수한 상태다.

러시아는 우리의 10위 교역 상대다. 사태가 악화하면 화장품·플라스틱·자동차 부품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100억달러, 수입은 63% 증가한 174억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수출이 반 토막 났던 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당시 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 측은 달러가 아닌 루블화나 현물 결제를 요구했다”며 “이번에도 대금 결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 기지를 운용 중인 자동차·전자 업체들이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곡물 시장 교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 밀 수출(2019년 기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25% 수준이다. 옥수수 수출은 두 나라가 14.8%를 차지한다. 양국이 전면전을 벌이면 세계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글로벌 이상기후 영향 등으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세계 식품 가격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실물·금융시장 안정 조치들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관련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