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등하는 외식 물가를 진정시키려고 내놓은 ‘가격 공개’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김밥·햄버거·치킨·삼겹살 등 12개 외식 품목, 62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격 동향을 비교해 매주 발표하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 조회수가 첫째 주 2700여 건에서 셋째 주에는 100건 미만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관가에서는 “600명이 넘는 농식품부 직원들만 클릭해도 조회수가 이렇게 적지 않을 것이다.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물가 대책이 과거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 조회수

◇외면받는 외식 물가 공개

정부가 집계한 프랜차이즈별 외식 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수요일 공개된다. 당시 농식품부는 “외식 품목에 대한 주요 업체별 가격을 한 번에 모아 제공해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고, 국민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의 협조를 기대한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며 홍보에 나섰다. 외식 물가 공개라는 여론전(戰)을 통해 프랜차이즈들이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정부 기대와 달리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처음 공개된 지난달 23일 ‘2월 3주 가격 동향’은 조회수가 2700여 건이었지만, 두 번째인 지난 2일 ‘2월 4주 가격 동향’의 조회 수는 240여 건으로 10% 이하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 대선 임시 공휴일(9일) 다음 날인 10일 공개된 ‘3월 1주 가격 동향’은 13일 오후 6시 기준 조회수가 81건에 불과할 정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게시 당일인 10일 조회수는 25건에 그쳤다.

aT는 외식 담당 부서에서 조사 담당 3명을 투입해, 매주 온라인으로 조사한 가격 정보를 총괄 부서인 농식품부에 제공한다. 조사원들이 프랜차이즈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대표 메뉴 1~3개의 가격을 비교하는 식이다. 만일 홈페이지에 가격이 올라와 있지 않은 경우 네이버와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에서 수도권·광역시 15개 표본 매장의 점포별 가격을 일일이 조사한 다음 평균치를 구한다. 하지만 워낙 관심을 끌지 못하다 보니 내부에서도 “헛수고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농식품부는 외식 물가 동향을 KAMIS와 ‘The 외식’ 등 온라인 홈페이지 두 곳에 나눠 올린다. ‘The 외식’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가격 동향은 조회수가 공개되지 않는다.

◇물가 억제 효과도 미지수

매주 하는 조사다 보니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을뿐더러,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다. 3월 1주 가격 동향을 보면, 치킨 값이 1만8000원으로 전주(1만7000원)에 비해 1000원(5.9%) 오르고, 피자 가격이 3만5900원으로 전주(3만4900원)에 비해 1000원(2.9%) 올랐다고 표시하는 식이다.

외식 물가를 공개한 첫 주에는 62개 브랜드 중 6개 브랜드가 가격을 올렸고, 둘째 주에는 5개 브랜드, 셋째 주에는 7개 브랜드가 가격을 올렸다. 가격을 올린 외식 브랜드 개수는 3주 동안 비슷했다. 외식 물가 공개 이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 외식 브랜드가 매주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간(週間) 가격 인상률과 월간 인상률이 대체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외식 물가 공개가 실패로 돌아간 ‘MB 물가지수’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인 2008년 3월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하자, 52개 주요 민생 품목을 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 시행 후 3년 뒤인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12% 상승한 데 비해 MB 물가지수 품목은 20%가량 올라 오히려 역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가격 공개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수입 물가 등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오히려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