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재직 중이던 공공기관장의 절반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기획재정부의 ‘공공 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관련 정보가 공개된 공기업·준정부기관 131곳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기관장이 공석(6곳)이었던 곳을 제외한 125곳 중 61곳(49%)의 기관장이 임기가 남았는데 물러났다. 64명(51%)은 임기를 채웠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공공 기관 ‘알박기 인사’ 논란이 커지면서 새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장 물갈이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는 달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절반이 임기 만료 전 교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공 기관 인사의 임기 보장은 최근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상황실에 있을 때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한 분이 어느 정도 임기를 보장받고 있는지 조사한 자료를 본 적 있는데 2019년 기준 대략 공공기관장과 감사에 따라 다른데 90%에서 65%까지 다 보장이 돼 있더라”고 했다.

◇16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교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 중 물러난 61명 가운데 16명은 정부 출범 6개월 이내에 교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동선대위원장이던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 달 사임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석 달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아있었다.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 기관장들은 모두 임기를 1~2년 남겨 둔 채 한꺼번에 물러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을 기준으로 취임 6개월 이내인 기관장은 30명이었다. 이 중 20명(67%)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양호 당시 마사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2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됐지만, 1년 만인 2017년 12월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차관급인 농촌진흥청장을 지내 친박 인사로 분류됐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올 들어 공공 기관 24명 임명

5월이면 퇴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올 들어 3월까지 공공기관장과 감사 24명을 임명했다. 상당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했거나,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임기 말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물러났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전 6개월 이내에 임명된 공공기관장 30명을 ‘임기 말 알박기 인사’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8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지방자치경찰특별위원장을 지냈고, 18·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지난달 임기가 시작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과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현 정부에 몸담았다. 지난 4일 임명된 이병호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현 정부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을 지낸 농업계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달 임명된 신동화 도로교통공단 비상임감사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명희진 한국남동발전 상임감사위원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정무특보로 일했다.

◇새 정부 출범 전 임기 만료 12곳

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 전에 기관장이나 감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 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12곳이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를 할 경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 4일 끝난다. 정 사장은 탈(脫)원전 정책의 상징인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1년 연임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보건복지인재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도 기관장 임기 만료가 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