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대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오피스텔에서 검거, 고양경찰서로 인치되고 있다. 2022.4.16/뉴스1

“생명보험 가입 기간이 55세더군요. 사고가 아닐 것 같다는 촉이 왔습니다.”

A보험사 보험사기 특별 조사팀에서 일했던 김홍(62)씨는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16일 검거된 가평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31)를 가장 먼저 의심한 사람 중 하나다.

이씨가 8억원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기, 즉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씨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2020년 말 정년퇴임 후 화물차 운전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수상한 점은 크게 셋이었다”고 했다. “생명보험 계약 기간을 만 55세로 짧게 잡은 점,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이른바 ‘근접 보험’이라는 점, 보험 여러 건의 수익자가 모두 ‘이은해’라고 명시된 점(보통은 자녀를 염두에 두고 ‘법정상속인’이라고 한다) 등입니다. 적나라한 사기꾼의 유형이었죠.” 김씨가 보기에 이런 특이한 점들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었다. ‘이은해는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길 바란다.’

그는 보험 계약 기간을 ‘종신’이 아니라 55세로 한 것이 가장 이상했다고 했다. “수시로 보험료 연체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을 줄여서 나중에 의심을 좀 받더라도 보험료를 낮추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건이 난 경기도 가평의 용소 폭포는 워낙 유명해 낮에는 붐빈다. 굳이 안전 요원이 철수하고 어둑해진 오후 6시 넘어까지 머무르다 다이빙을 했다는 사실도 너무 수상했다”고 했다.

김씨는 보험금 지급을 늦춘 뒤 이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고 했다. 이씨는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는데 대형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하지 않는다. 이건 횡포다”라며 금융감독원에 보험금 미지급 민원을 넣어 그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내연 관계인 조현수와 늘 동행하면서 보험금 중 일부를 미리 달라고 요구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15년 일한 후 보험사기 조사 업무를 전담하는 한 생명보험사의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 특수조사부)로 옮겨 20년 동안 일했다. 보험 업계엔 경찰 출신 SIU 요원이 약 300명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기법에는 한계가 있다. 김씨는 “그래서 더 창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한 현직 SIU 직원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보다 더 흔한 것은 산 사람을 죽었다고 위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편이 사망했다고 여러 보험사에 보험을 받아간 부인이 수상해 미행을 해서 강원도의 집을 찾아낸 뒤 음식 배달원을 위장해 초인종을 눌렀다. 영정 사진으로 본 남편이 문을 열었고 보험사기를 적발한 적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