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 넘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265원을 넘어선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을 위험도 커진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4.4원 급등한 1265.2원에 거래를 마쳤다. 3일 사이 약 26원 올랐다. 달러 환율이 1265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 사태 초기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 이후 25개월 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속도로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품 물가를 끌어올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이달 조사에서 3.1%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2013년 4월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환율 급등은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는 강(强)달러 현상이 촉발하고 있다. 최근 달러 가치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이 41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진 것도 강달러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이어진 글로벌 저금리 상황이 끝나고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커지자 26일(현지 시각) 미국 S&P500지수는 2.8%, 나스닥은 4.0% 급락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환율 급등기와 비교할 때 한국 자본시장의 외국인 투자가 많이 늘어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충격이 더 크게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