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페이스북

한국산 암호화폐(코인) 루나와 테라USD(UST)가 최근 일주일 사이 폭락하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폰지사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늦게 진입한 투자자의 돈으로 앞서 진입한 투자자에게 돌아갈 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 아니냔 것이다. 이에 대해 코인 전문가는 “사기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코인 전문가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오랫동안 지속이 됐던 프로젝트고 사실 시가총액 8위(루나)가 사기라고 하면 코인이 다 사기라고 해야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루나와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테라라는 플랫폼을 선구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라며 “여기서 테라로 이자를 주려면 테라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해야 된다. 이게 알고리즘만으로는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며 긴급하게 사용해야 될 때 쓰겠다고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샀다.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비트코인을 팔아서 충당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그런데 결국 망했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그 돈(35억달러) 어디 갔냐고 궁금해 했고 어제(16일)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공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테라 하락을 막는데 사용이 됐고 마지막에 이 테라를 팔아서 루나를 사는데 사용했다”며 “한 8억달러(약 1조200억원) 정도 그렇게(루나를 사는데) 사용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특히 김 이사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루나 폭락을 예견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에 테라를 팔고 루나를 샀다는 것 자체가 루나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상당히 애착이 컸던 걸로 보이고 마지막까지 살려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테라는 1개 가격이 1달러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예치한 투자자들에게 연 최대 20%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기로 해왔다. 그러나 지난 7일 테라 가격이 갑자기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디페깅’ 현상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루나 가격도 급락했다. 이후 시장에선 루나 투매가 벌어져 루나 가격이 일주일 사이 99% 이상 폭락했다. 시총 8위 수준의 코인 가격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김 이사는 “사기 논란이 나올 때 자작극이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 등이 1년 전부터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꾸준히 해 왔다”며 “언젠가 규제가 있을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게 실체가 없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 위험하다는 얘기를 꾸준히 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본인(권도형 타임폼랩스 대표) 같은 경우에는 본인 사업이 너무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루나 폭락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테라폼랩스 측이 가진 35억달러 어치 비트코인 향방을 공개하란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 14일 “비트코인 사용 명세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했고, 테라폼랩스가 세운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 8일 먼저 (비트코인) 5만2189개를 팔았고, 12일에도 가격을 지키기 위해 3만3206개를 매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남은 암호화폐는 피해자 보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