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하는 추경호 부총리

정부가 부가가치세, 무역 관세 등 세금을 인하해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진정에 나선다. 물가 상승과 구매력 저하로 불안해지는 민생 고통을 덜어보겠다는 차원이다.

부가가치세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10%씩 붙는 세금으로 이를 면제해주면 그만큼 가격이 싸진다. 관세 인하는 최근 수입 원자재값 급등 충격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세금 인하 효과가 미치기 시작하면 매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씩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물가의 경우 상승률이 4.8%였는데 물가 인하 조치가 적용되면 4.7%로 낮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외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고, 과도한 공시가격 인상도 재검토에 들어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관세·부가세 내려 물가 잡는다

돼지고기·밀가루 등 먹거리와 요소·나프타 등 산업원자재 14개 품목의 관세를 0%로 인하(할당관세)하거나 인하 기간 및 대상을 늘린다.

병·캔 등에 개별포장된 김치·장류 등 발효식품의 부가가치세(10%)를 2023년까지 면제한다. 해당 제품 가격 상승으로 서민 장바구니 부담 가중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된장·김치 가격은 전년보다 각각 16.3%, 10.6%씩 올랐다.

커피·코코아 원두의 부가세도 내년까지 면제한다. 가뭄·냉해 등 이상기후에 브라질 등에서 커피 원두 작황이 부진하며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올랐다. 작년 2분기 파운드 당 146센트였던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 2월 246센트까지 올랐다. 수입단계에서 부가세를 면제함으로써 원재료비 9%가 절감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밀가루 및 사료 매입비도 지원한다. 정부가 546억원을 들여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지원하고 20%는 제분업계가 부담해 밀가루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다.

식품제조·외식 업체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때 구입한 면세농산물 중 일정 비율만큼을 세금에서 빼주는데, 이 비율을 10%포인트 올려 식재료비 부담도 완화한다.

7월 관세 및 부가세 인하 시행을 목표로 관련 시행령·시행규칙 등의 개정을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물가안정 범부처 TF,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정부 내 논의체계 활용해 부처간 의견을 논의·조율 계획이다.

정부는 각종 세금 혜택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교육·교통·통신비 부담 경감

금리인상에 따른 학비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1학기 수준(1.7%)으로 동결한다. 기존 고금리(3.9~5.8%) 학자금 대출자 10만명을 저금리(2.9%)로 갈아타게 지원한다.

승용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30% 감면 종료 시점을 6월말에서 올해말로 6개월 연장한다. 개소세 감면 이전에 비해 승용차 출고가액이 최대 2.3% 인하되는 효과가 생긴다.

기준가격 초과액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의 기준가격을 내려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지원 기한도 7월에서 9월로 2개월 연장한다.

3분기부터는 소비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한다. 월평균 5G 데이터 이용량은 23~27GB인데 현행 통신 3사가 제공하는 요금제는 10GB와 100GB 이상 요금제 밖에 없어 사용자가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양보다 비싼 요금제를 가입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예를 들어 한 달에 데이터를 30GB만 사용하는 가입자는 돈을 아끼기 위해, 억지로 값비싼 100GB 이상 요금제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70GB는 사용하지 못하는 유휴데이터가 된다. 이러한 통신 3사의 유휴데이터 수입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약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중간요금 구간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외 1조원을 투입해 저소득층 227만 가구당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신규 지급한다. 취약계층의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등 구입을 보조하는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지급대상을 기존 88만가구에서 118만가구로 늘리고 지급단가도 가구당 12만7000원에서 17만2000원으로 4만5000원 상향한다.

◇보유세 완화, 공시가 현실화 계획 재검토

종합부동산세는 1세대 1주택자의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을 작년 수준으로 적용하고, 세금 부과 기준(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릴 예정이다. 현행 100%에서 75%로 낮추면 종부세가 2020년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재산세도 작년 공시가 적용과 작년부터 이미 시행 중인 세율 0.05%포인트 인하 특례를 동시에 적용하면 1주택자의 91%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 주택 896만호는 2020년보다 올해 세부담이 줄어든다.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도 전면 재검토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70% 안팎이었던 아파트 등의 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을 2030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 정부는 연구용역을 다음달 중 착수해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말 수정계획을 확정해 내년 공시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에서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조건을 취득세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는 기한이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50년 만기 주담대 도입하고 대출 규제도 풀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기존 60~70%에서 3분기 중 80%까지 완화한다. 서울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 시 대출한도는 3억원(LTV 60%)에서 4억원(LTV 80%)으로 확대된다.

번 만큼 빌릴 수 있게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청년층 대상으로 산정 시 미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상환능력이 과소평가되기 쉬운 청년층의 대출 한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3분기 중 시행 예정이다.

청년·신혼부부 대상 한정으로 도입된 40년 만기 정책 주담대의 만기를 오는 8월에 5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본격화를 감안한 조치다. 5억원 대출 시 40년만기보다 월 상환액이 16만원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