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결국 5%를 넘어선 국내 소비자 물가 고공 행진은 최소한 두 달 이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월 물가 상승률(5.4%)은 2008년 8월(5.6%) 이후 최고치다. 경유(45.8%), 국수(33.2%), 식용유(22.7%), 마늘(11.6%), 자장면(10.4%) 등 36개 품목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의 경우 6.7% 올랐다. 144개 품목을 조사했는데 82.6%(119개)가 올랐다고 했다. 6개 중 5개꼴로 가격이 뛴 것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근원 물가는 지난달 4.1% 올라, 2009년 4월(4.2%)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공식품과 개인 서비스 등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품목으로 주로 구성된 근원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고물가가 오래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4.8%로 전망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등 정부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 정부는 추가로 내놓을 카드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결국 기준금리를 높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한 공개 연설에서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며 성장보다는 물가 통제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가계부채가 19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나 있어 지나치게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경우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며 소비가 위축될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