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 55국 중앙은행이 지난 3~5월 기준금리를 총 68차례 인상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다 인상이다. 이달 들어 인도·호주·캐나다·우크라이나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렸고, 지난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미 연준은 오는 15~16일 회의 때 또 한 차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7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9월에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ECB의 금리 인상은 11년만이다.
인플레이션 불길이 타오르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소방수로 나서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라는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어 각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7월 연금 지급액을 평균 4% 인상키로 했다. 연금 지급액은 통상 한 해 한 차례, 연초에만 조정하는데 물가상승률이 5%대로 치솟으면서 연금 생활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이례적으로 조정 시점을 당겼다.
프랑스 정부는 또 저소득층을 위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 장애인·가족 수당 등 증액, 연료비 일부 환불 등 이른바 ‘구매력 패키지’라 불리는 지원책을 곧 확정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도 저소득층의 생계비 보전을 위해 정부 예산 150억파운드를 투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오르는 물가를 세금 인하나 환급금 등으로 일단 방어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4월 휘발유 1리터당 0.15유로씩을 환급해주기로 했고, 전기세 가격 상승 폭은 2월 이후 4%로 묶어두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유류세를 32%(리터당 32→24루피) 인하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은 두 번째 유류세 인하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과 가격 통제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보조금을 정부가 뿌리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수요가 오히려 증가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낸 보고서에서 “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조치가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을 막아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