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조7000억원이었던 종합부동산세가 2020년에는 3조6000억원이 돼 2.1배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재산세는 같은 기간 10조7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이 돼 1.3배로 늘었다. 종부세와 재산세에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모두 합한 부동산 보유세는 14조3000억원에서 20조원이 돼 1.4배로 늘었다.

국책 연구소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8일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공청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는 주택 가격 안정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중산층의 세금 부담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했다. 연구원은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보유세 급등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그래픽=김현국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를 계산할 때 쓰이는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을 모두 올렸다. 지난해 전국 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6.3% 올랐다. 공시가격을 시가에 근접하게 만드는 현실화 조치까지 더해진 결과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금액인 과세표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7년 80%에서 2021년 95%까지 올랐고 올해 100%가 됐다. 이전에는 세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방지하려 공시가격보다 세금을 덜 매겼는데 이제는 그대로 다 매긴다는 뜻이다.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경우에는 세율이 최대 2배 높아졌다.

취득세 등 거래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4%)의 5.5배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거래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종부세까지 급등해 2020년 GDP 대비 보유세 수준이 OECD 평균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보유세에 거래세까지 합친 부동산 세수의 GDP 대비 비율은 OECD의 2배를 넘었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 수준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주장하면서 보유세를 강화했다.

◇부동산 가격 못 잡고, 저소득층 부담만 늘어

조세재정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진단했다. 종부세 세율을 0.1~1.2%포인트 인상하는 등 보유세 부담을 강화한 2018년 9·13 대책에 대해 “대책 시행 후 주택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하락 폭이) 1%포인트 이하로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보유세가 오르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국책 연구소인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GDP가 0.487%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올해는 땜질식으로 세 부담 낮추지만

종부세 부담이 늘자 정부는 지난 21일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놨다. 종부세법을 고쳐 주택을 상속받아 2주택자가 된 경우, 중소 도시나 농어촌 주택을 추가로 보유한 경우는 1주택자 수준으로 과세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세율(1.2~6%) 대신 1주택자 세율(0.6~3%)을 적용하고 최대 80%인 고령자‧장기 보유 공제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올해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종부세는 100%에서 60%, 재산세는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과세표준 산정 시 기본공제액은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와 기본공제액 인상은 한시적 조치다. 기본공제액 인상은 작년 공시가격을 반영해 전반적인 종부세 수준을 2020년으로 낮추겠다고 한 당초 계획이 무산되면서 부랴부랴 내놓은 미봉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본공제액 인상 역시 국회 통과가 안 되면 물거품이 된다”고 했다.

정부는 2023년 이후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은 다음 달 발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대로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낮추고, 종부세·재산세를 통합할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조세연구원은 현행 최고 6%인 종부세율을 2018년 수준(0.5~2%)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선을 최고 300%에서 150%로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도 주택 수 대신 주택 가격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주택 수에 따라 과세하면 이른바 ‘똘똘한 1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 서울 강남의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