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한국전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가스공사 등 빚이 많거나 큰 폭의 적자를 내온 공공기관 14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고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 강도높은 재무 개선 방안을 7월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기재부는 30일 최상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공공기관 등을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재무 상황을 점검해왔다. 올해 점검대상은 39곳인데 정부는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형 공공기관을 제외한 27곳을 대상으로 재무 위험을 평가해 별도의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민간 신용평가사의 부실 기업 판단 지표를 활용해 자체 ‘재무상황평가’ 점수를 매겼다. 20점 만점에 점수가 14점을 밑돌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재무위험 여부를 따졌다. 평가 결과 14곳이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부채비율이 494.9%로 평가 대상 27곳 가운데 가장 높지만 농민들의 농지 구입 비용을 빌려주는 농지관리기금을 정부 대신 관리하고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재무위험기관 지정에서 제외됐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발전5사(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9곳은 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기관으로 분류됐다. 한전은 고유가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작년 한해 5조8061억원 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한 곳이다. 올해 1분기만 7조7869억원의 적자가 났다. 지역난방공사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줄었다. LH는 작년에 4조원대 흑자를 냈지만, 부채가 137조8884억원, 부채비율이 221.3%에 달해 재무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LH는 작년 3월 일부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는데, 경영 효율화 방안 등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정부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재무구조 취약기관’으로 정부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이 가운데 광해광업공단,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 3곳은 부채가 자산보다 커져 기업의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완전자본잠식 기관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들 14개 재무위험기관의 부채는 350개 공공기관 부채(583조원)의 64%인 372조1000억원에 달한다. 자산은 전체(969조원)의 53%인 512조5000억원이다.
정부는 재무위험기관 14곳에게 7월까지 비핵심자산 매각 방안, 투자계획 연기 방안, 인력‧조직 효율화 방안 등 3가지 방향의 5개년 단위 재정건전화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정부는 임직원 감축, 급여 삭감 등은 요구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고연봉 임원진의 경우 스스로 받았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같은 재무위험기관 집중 관리가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우리 국민 전반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 특히 철도 전기 가스 공항 등에 대한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