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뉴스1

지난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하며 1300원을 넘어서자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94억3000만 달러가 감소해 438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감소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감소)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이다. 4개월간 234억9000만달러가 줄었는데, 단기간에 이 정도로 크게 줄어든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은은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및 금융기관 예수금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외화 비상금’ 격이다. 대외 지급 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국가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면 환율이 급등락할 때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올 들어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이유는 외환당국이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면서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5월보다 4.95%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심해지자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다. 일례로 올 1분기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 달러를 내다 팔았다.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단행되며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이 한 달 새 94억달러나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기 침체 공포로 달러 가치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8거래일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KB국민은행

또 달러가 강세에 들어서면서 유로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5.11로, 전달(101.67)보다 3.4%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 폭은 4.95%로 다른 통화보다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훨씬 컸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3.1%, 파운드화는 4.2%, 엔화는 6.5% 하락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이라고 본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었고, 올해 비율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