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5일 이임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렀다는 느낌이다. 그 과정은 지극히 어렵고 힘든 고됨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했던 고 위원장은 후임인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국회 사정으로 계속 미뤄져 금융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업무를 챙겨왔다. 4일 국회 원 구성이 합의되고 신임 금융위원장 임명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5일 이임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이임식에서 가계부채 ‘거품’과 싸웠던 지난해를 회고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그는 “취임 당시인 지난해 8월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어 폭증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이었다”라며 “부채 관리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너무도 잘 알아 많이 고민했지만 당장의 불편함이 가중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일할 때부터 거품의 위험을 경고했던 그는 금융위원장 취임 후 대출 총량 제한 및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강화 등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나름 성과가 있었다”라며 “취임 때 9.5%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최근 3%대로 하락했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장 이임으로 37년5개월 동안 몸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많은 위기를 겪었는데 특히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며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라며 “지금 돌이켜 보면 민간 부채 급증에 한발 빠르게 대응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