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6일,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세번째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훌쩍 넘어 1306.3원을 기록했고, 코스피는 2.1% 급락한 2292.01로 끝났다. 모든 경제지표가 앞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국제유가 100달러 아래로…원자재도 모두 하락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전날보다 8.93달러(8.2%) 급락한 99.5달러에 거래됐다. WTI가 100달러 아래를 기록한 것은 5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브렌트유는 9.7달러(8.55%) 급락하며 103.8달러로 주저 앉았다. 4월 말 이후 두 달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찍을 거란 우려까지 나왔지만, 1주일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생산이 감소하는 공급쪽 요인이 유가를 밀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했지만, 이번 주 들어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가 더 우세해진 것이다.
원유 뿐 아니라 구리와 철광석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라는 별명이 붙은 구리 가격은 지난 1분기에 t당 9997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뒤 2분기에 9738달러로 하락했다. 작년 2분기에 t당 197.97달러까지 올랐던 철광석은 올 들어선 14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값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리세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며 “경기 침체가 석유제품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안전자산 달러 선호 확연…1300원 넘은 원달러 환율, 1달러=1유로 근접도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상승한 1308.5원에 출발 한 뒤 한때 1311원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유로화 값이 전날보다 1.3% 떨어져 1유로 가치가 1.028달러까지 내려갔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135엔대를 기록하면서, 엔화 가치는 2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그 만큼 올라간 것이다.
◇나스닥 상승했는데 한국 주가는 급락
코스피는 6일 2300선 아래로 내렸갔다. 새벽에 끝난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7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 우려가 한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도 좋지 않은 징조다. 5일(현지시각)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연 2.792%로 10년물 2.789%를 역전했다. 이는 3월과 6월에 이어 올들어 세번째다.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것이 역전됐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나쁘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 되고, 경기 침체의 징조로 받아 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