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함께 면담장으로 향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외국인들이 국채 투자 후 얻는 이자·양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줘 치솟는 환율 대응에 나선다. 비과세 혜택으로 외국인 국채 투자가 늘면 달러 유입으로 원화 가치는 올라가 1300원대를 넘어선 환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여행자 면세한도는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린다. 이 같은 내용은 오는 21일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 세계적인 고물가시대에 대응하고 금리인상 통화긴축 가속화 흐름에서 국채·외환 시장을 안정화시킬 다양한 지원을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겠다”며 “비거주자 외국법인의 국채·통화안정증권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우리경제 활력을 높일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이후 고정된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로 연간 1조원 이득

추 부총리는 “늦었지만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선진국에서는 국채 투자에 관해 이자소득에 과세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중국 등도 비과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해외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에 대해서만 조세협정에 따라 면세 혜택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 조치는 정부가 국채시장 선진화를 위해 추진 중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도 연관된다. WGBI 편입 23국 중 20국이 외국인 국채 투자소득 비과세를 시행 중이다. DB금융투자는 우리나라가 WGBI에 가입하면, 매월 15억~20억달러의 국채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국고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 국채 발행금리는 하향(국채값 상승)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그만큼 국채 이자 비용이 절감돼 전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추 부총리는 “비과세에 따른 세수 감소는 1000억원이 넘지 않지만 정부가 부담할 국채 이자 비용은 연간 5000억원~1조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연간 최대 1조원 넘는 이득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여행자 면세한도 800달러로 인상

추 부총리는 “(현행 600달러인 면세한도를) 200달러 정도 올려서 800달러 정도로 (만드는 것을) 현재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800달러로 올릴 것이 유력하다. 이는 국민소득 수준 변화, 관광산업 지원 필요성,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기재부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4025만원으로 면세한도를 600달러로 올렸던 2014년(3095만원) 대비 약 30% 증가했다. 해외 여행 후 반입하는 물품 금액의 규모도 커졌다는 뜻이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관광산업을 살리자는 의미도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9년 2871만명이었던 해외 여행자수는 작년 122만명으로 96% 급감했다. 면세점 매출은 같은 기간 25조원에서 18조원으로 7조원(28%) 줄었다. 기재부는 “우리나라 면세한도는 OECD 평균(566달러)과 비슷하지만 면세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극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면세한도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본(20만엔·약 1821달러)·중국(5000위안·약 776달러)의 면세한도가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