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의 팬데믹 대응을 위해 세계은행(WB)에 설치되는 펀드인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16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팬데믹 시대 대비를 위한 첫 걸음인 WB 이사회의 FIF 설립안 통과를 환영하고 G20의 적극적인 지지를 촉구한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FIF는 국가·민간단체 등의 자발적 기여로 조성되고, 조성된 자금은 세계보건기구(WHO), 유엔(UN), WB 등의 팬데믹 대응 사업을 지원하는 데 활용된다. 지난달 30일 FIF를 설치하는 방안이 세계은행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5000만달러), 일본(1000만달러 초기지원), 이탈리아(1억달러), 아랍에미리트(2000만달러) 등 주요국도 FIF 지원 규모를 발표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4억5000만달러를 기금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5000만유로), 인도네시아(5000만달러), 영국(2500만유로), 싱가포르(1000만달러)도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오는 9월 FIF 설립을 위해 후속 조치를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세계은행에 촉구했다.
한편 회원국들은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크게 약화했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전쟁이 수요·공급 불일치, 공급망 차질, 식량·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가속하고 있으며, 저소득국과 취약계층에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원인을 놓고 회원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문(공동성명) 채택은 불발됐다. 서방 국가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현 경제 상황을 가져왔다며 맞섰다.
우리나라가 공동의장직을 수행 중인 국제금융체제 세션에서는 취약국 채무구제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자본 적정성 검토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대출 역량 확충을 지지했다.
한편 도입 시기가 2024년으로 1년 연기된 디지털세 필라1(매출 발생국에 대한 과세권 배분)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단계적 도입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등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취재기자단 간담회에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에 관해 많이 고심하고 있고, 물가 안정이 민생을 위해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 과제라는 데 인식을 공유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 확대로 국내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받지 않고 활력을 높일 방안을 지속해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이다. 정부는 G20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마련해 오는 10월 G20 재무장관회의와 11월 G20 정상회의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