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코로나 이후 상환을 유예해온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출구전략’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정해진 시한인 오는 9월에 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하되, 영업 상황 악화 등으로 당장 빚을 갚아 나가기 어려운 자영업자의 대출은 정부가 지원해 최대 3년 동안 거치(원금 상환 유예)하고, 길게는 20년 동안 나누어 갚도록 한다는 방안 등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을 놓고 은행 실무진이 혼란에 빠졌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가 “9월 이후에 대출 유예 추가 연장은 없다”는 큰 원칙을 정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 유예를 추가 연장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대책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금융위 발표 자료에 담긴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 부분입니다. 정부의 조치와 별개로 “은행들이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대출의 90~95%를 추가로 만기연장, 상환유예 해주는 방안”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합니다.
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금융위의 이 지시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당국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합니다. ‘90~95%’가 유예된 대출 전체를 뜻하는지, 대출자가 요청만 하면 심사 없이 상환 유예를 더 해주라는 말인지, ‘주거래 금융기관’의 정의는 무엇인지 등 모호한 것이 너무 많다고 은행 담당자들은 토로합니다. 한 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은행 자율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얘기를 금융위 발표를 보고 처음 들었다”고 하더군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4일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정부 대책에서 빠진 부분은 금융회사가 답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이 취약 자영업자 지원에 적극 동참하란 뜻입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정부와 민간 금융사가 힘을 합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 기간에 대출 상환을 유예해온 민간 은행들에 금융 당국이 협조를 구해야 한다면,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