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가는 여전히 고공 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 10일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채소류와 식용유, 밀가루 등의 가격이 뛰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번 주에 추석 민생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13.12로 1년 전보다 8% 올랐다. 작년 2월 9.7%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통계청은 매달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면서 전체 458품목 중 식료품과 술이 아닌 음료를 포함한 140품목 물가지수를 따로 발표한다. 식탁 물가와 직결되는 물가라고 할 수 있다. 식용 유지(34.7%)와 채소·해조류(24.4%) 등이 많이 올랐고, 커피·차·코코아(9.3%), 육류(9.1%), 과자·빙과류 및 당류(8.9%)등 순이었다.

세부 품목을 보면 오이(73%), 호박(73%), 배추(72.7%), 시금치(70.6%)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 7월 초 폭염과 장마 등으로 노지 재배 작물 출하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식용유 가격은 1년 새 55.6%나 뛰었다. 밀 가격이 오른 탓에 밀가루(36.4%), 부침가루(31.6%) 가격도 많이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중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수입 물량 일부에 대해 관세를 낮춰주는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10대 성수품(배추, 무, 사과, 배, 계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밤, 대추)과 추가 관리 품목(양파, 마늘, 감자 등)에 더해 일부 가격 급등 농산물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밀, 밀가루, 대두유 등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 관세 0%를 적용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여러 품목에 할당 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관세 인하가 필요한 품목들은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발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내달 추석을 앞두고 채소류는 물론 식용유, 밀가루 등 가공식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